물가 오름세에 정부 '단기 진화' 돌입…"美관세에 암흑기 올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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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물가 오름세에 정부 '단기 진화' 돌입…"美관세에 암흑기 올수도"


4개월 연속 소비자물가↑…구조적 인플레 압력
전방위로 뛰는 '생활물가'…"장보는 것도 무서워"
정부, '밥상물가 진정'에 추경예산 1200억 투입
"美 관세 조치에 '고물가 시대' 뉴노멀될 수도"

[호남신문] 물가 오름세가 구조화되는 가운데, 외식비를 비롯한 생활물가 압박이 서민 경제를 조이고 있다.
정부는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투입해 단기 대응에 나섰지만, 미국의 고관세 기조와 세계경제 둔화 속에 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구조적 인플레 압력↑

기획재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 등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지난해 초 3%대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그해 하반기 1%대로 떨어진 바 있다. 이후 올해 들어서는 1월(2.2%)과 2월(2.0%), 3월(2.1%)에 이어 4월(2.1%)까지 4개월 연속 2%대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근원물가는 지난 2월 1.8%에서 3월 1.9%로 오르더니 지난달 2.1%로 뛰었다. 환율 급등과 미국 관세 정책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한 영향이 컸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표로, 물가의 '기초 체력'이라 불린다. 이 지표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일시적 가격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전방위로 뛰는 '생활물가'…"장 보는 것도 무서워"

생활 물가 역시 전방위로 오르고 있어 서민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4월 서울 기준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623원으로 전월보다 0.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칼국수는 9615원(1.6%↑), 삼계탕은 1만7500원(0.9%↑), 삼겹살(200g 기준)은 2만447원(0.8%↑)으로 집계됐다. 주요 외식 메뉴 8개 가운데 5개의 가격이 단 한 달 만에 오른 것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더 크다. 서울에서는 김밥(4.4%), 자장면(3.4%), 칼국수(3.0%), 냉면(2.7%) 등 모든 외식 품목이 작년보다 비싸졌다.
이외에도 서민 식탁 위 필수 반찬들인 무(41.0%), 양파(17.5%), 깐마늘(37.7%), 계란(5.1%) 등도 가격 오름세 브레이크가 사라진 상태다.
경기 평택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32)씨는 "김밥에 라면 먹는 점심 한 끼가 7000원을 넘는다"며 "장 보는 것도 무서워 계산대 앞에서 멈칫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사회초년생 이진동(29)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동료들과 주2회 도시락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며 "외식이 사치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 '밥상 물가 진정' 위해 추경 1200억 쏟아붓는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밥상 물가 진정'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6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추가경정예산(1200억원)을 활용한 농산물 할인 지원 확대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전국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소비자들이 최대 40% 할인 가격으로 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재고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은 깐마늘은 오는 19일 정부 비축물량 450t이 추가 방출된다. 수산물도 어한기 수급 불안에 대응해 갈치(500t)·오징어(700t) 공급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축산물은 자조금을 활용한 할인행사를 이달 말까지 이어가며, 햄·소시지 등 가공식품도 돼지고기 수입 원료육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가격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美 관세 조치에 '고물가 시대' 장기화…치밀한 한미협상 전략 필요"

이 같은 정부 대응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내수 부진 장기화에 트럼프발(發) 관세 위협까지 한국 경제를 절벽까지 몰아붙이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미국이 영국에 이어 중국과도 상호 고율 관세를 완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불확실성이 다소간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기본관세 10%는 유지돼 '고물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책연구기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3일 세계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3%p 낮춘 2.7%로 하향 조정하며,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고관세 기조 유지 가능성을 내다봤다.
당시 윤상하 대외연 국제거시금융실장도 "(합의에 의해서) 관세가 일시적으로 낮아졌다 하더라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고, 그 자체가 세계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고관세 기조가 이어지면 공급망 재편, 투자 지연 등의 영향을 받게 되고, 그 파장은 최소 내년까지 지표에 반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할인행사나 비축물량 방출만으로는 물가 안정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치밀한 한미 협상 전략, 공급망 다변화, 수입 원가 구조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정책 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 고물가가 뉴노멀이 되는 '암흑기'가 올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할인행사 등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성공적인 한미 관세 협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차기 정부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고, 공급망 다변화와 수입 원가 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조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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