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멈췄다…'공장 화재' 금호타이어 노동자, 생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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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자리가 멈췄다…'공장 화재' 금호타이어 노동자, 생계 '촉각'

공정 올스톱에 정규직·화물 노동자·하청 업체도 '스톱'
정규직 "'희망 퇴직' 한국타이어, 금타는 과연" 불안감
화물 노동자 "개인 사업자 신분…휴업 수당 해당 안돼"
하청 업체 직원 "공장과 계약 해지 우려…실직 걱정 커"

[호남신문] 공장 화재로 가동 정지 장기화가 점쳐지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2500여명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가 지역 노동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생산직의 전환 배치와 희망 퇴직 우려가 떠오르는 사이 화물 기사·협력 업체 직원들은 당장 일감·고용 안정 문제로 속앓이하고 있다.
25일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등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2일 조합원들에게 공장 화재 후속 대처와 관련한 조합 차원의 입장문을 냈다.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조합원들을 위로하면서 ▲사측의 일방적·강제적 고용 위협 방어와 차질없는 휴업 수당 지급 ▲이사회를 향한 공장 정상화 관련 조속 승인 등을 촉구했다.
조합의 입장문에는 과거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 이후 벌어진 전개가 반복될 우려가 담겼다.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서는 지난 2023년 3월 공장에 불이 나 2공장이 모두 타고 1공장이 생산을 멈췄다. 2공장 재건이 어렵다고 판단한 한국타이어는 재직 노동자 전체 823명 중 546명을 국내·외 타지역 공장으로 전환 배치했다.
남은 277명 중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던 58명을 제외한 219명에 대해서는 희망 퇴직 신청을 받았다. 사내 하청·협력 업체에 대해서는 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업체 직원들이 정리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생산직 정규직들은 공장 가동이 멈춘 기간 동안 기본 급여의 70% 수준을 휴업 수당으로서 지급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공장 재건 계획이 서둘러 나오지 않을 경우 한국타이어 화재 수습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형 파트에서 일하는 생산직 3년차 A씨는 "임금의 70%라도 보전받으니 불행 중 다행이지만 고정 지출 해결에 당장 문제가 생겨 고민이 크다. 4대 보험에 가입돼있는 만큼 부업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타이어 화재 수습 이후 적용된 인력 배치가 광주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토로했다.
공장과 연계된 화물 노동자들의 생계도 직격타를 맞았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계약해 타이어를 옮기는 화물 노동자들의 수는 모두 85명이다.
화물 노동자들은 각자 금호타이어와 운송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휴업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공장의 단체협약과 무관하다.
공장 가동 중단은 사실상 해당 기간 무급 휴직과 다를 바 없다.화물 노동자들은 지난 22일 기준 공장에 남은 타이어 재고를 40만 여 본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최장 열흘이면 모두 옮겨질 양이다.
화물차 할부·보험비 납부 등 기본금 부담을 안고 있는 화물 노동자들은 운수업 불경기에 다른 화주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도 토로한다.
화물 노동자 B씨는 "차량을 운행하지 않고 유지하는 비용만 매달 400~500만원 상당이다. 벌써 화물차를 팔고 버스 운전에 나서겠다는 기사들도 있다"며 "금호타이어나 더블스타 측의 최저생계비 지원 방안, 또는 지자체 차원의 재난 상황 고용지원금 지급 발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공장 가동 중단에 사내 하청·협력업체도 운영을 멈췄다. 공장 식당을 운영하던 하청업체는 사측으로부터 업무 정지 공고문을 받았다. 업체에 소속된 33명도 무기한 휴직 상태지만 이렇다 할 고용 보장안은 없다.
하청업체 직원 C씨는 "공장 식당 운영 업체 직원들의 임금은 식수 인원 규모에 따라 책정된다. 식수 인원이 없는 현재 근로기준법 등에 근거한 휴업 수당조차도 받지 못할 상황"이라며 "업체와 금호타이어 사이 계약이 해지될 경우 바로 실직하게 된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장에 남은 사무직 노동자들을 위해 식당을 잠시 운영한다고 해도 그간 4조 3교대 식수 인원에 맞춰 운영돼온 당시보다 수입 규모가 줄어들 것이 뻔하다. 식당 노동자들의 근무도 조정되면서 정리 해고를 당하는 직원이 나올 수 있다"고도 하소연했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7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내 2공장(서편) 원자재 제련동에서 불이 났다.
대피 도중 20대 직원 1명이 추락해 머리와 허리 등에 중상을 입었다. 진화 과정에서는 소방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공장 인근 아파트 4곳 주민 249명이 광주여대 체육관으로 대피했다가 19일 오전 집으로 돌아왔다.
불은 화재 발생 76시간여 만에 꺼졌으나 22일 불씨가 다시 살아나 현재까지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고용 규모는 노조 추산 2500여명(기능직 1853명, 사무직 413명, 비정규직 100명, 화물 노동자 85명)이다.
김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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