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에도 넉달만에 수출↓…美 관세 충격 본격화

[호남신문] 반도체 수출이 역대 5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충격으로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15대 품목 중 10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4개월만에 수출이 감소했다.
수출 양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 모두 감소하면서 통상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타격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무역수지는 수입이 수출에 비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근거가 된 대미 무역수지 역시 계속해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함께 추경을 통해 확보한 통상 대응 예산을 집행해 타격을 최소화겠다는 방침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572억7000만 달러(79조2502억원), 수입은 5.3% 감소한 503억3000만 달러(69조6467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업일을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 증가한 26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반도체·무선통신기기·컴퓨터·선박·바이오헬스 등 5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38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5월 수출 실적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HBM·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가격상승 기대에 따른 재고 확보 움직임의 영향이 컸다. 고정가격 역시 DDR4는 1.65달러에서 2.1달러로, DDR5는 4.6달러에서 4.8달러로 올랐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휴대폰 부품 수출이 소폭 감소했으나 30% 증가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가 지속돼 전년 대비 3.9% 증가한 13억 달러를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1억 달러를 기록해 플러스 전환됐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서버용 고용량 SSD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한 덕을 봤다.
바이오헬스 수출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시장에서 신규 품목허가가 확대되고 CMO 수주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4개월 연속 증가한 14억 달러를 기록했다.
선박 수출도 22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에서는 수출이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은 6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대비 4.4% 감소했다.
EU로의 전기차 수출 호조와 중고차 수출이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미국 품목별 관세의 영향으로 미국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미국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철강 수출도 단가 약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건설경기 위축 등에 따라 수요도 감소하면서 12.4% 감소한 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유가가 10% 이상 떨어지면서 석유제품 가격과 석유화학 수출 단가가 떨어진 영향을 받아 일제히 감소했다.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 대비 20.9% 감소한 35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 대비 20.8% 감소한 32억4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차전지는 광물가격 하락세와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감소로 인해 전년 대비 18.4% 감소한 5억2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5월 킬로그램(㎏)당 105.2 중국인민폐(RMB)였으나 지난달에는 ㎏당 61.8RMB로 감소했고 니켈 가격 역시 지난해 5월에는 톤당 1만9520달러였으나 지난달에는 톤당 1만5334달러로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IT전방산업의 신제품 출시 등 증가 요인에도 불구하고 주요 수입처가 밀집된 아세안의 수입 감소의 영향으로 13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18% 줄었다.
일반기계 수출 역시 미국 관세 조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및 투자 위축 등으로 인해 수요 감소가 지속되면서 5.3% 감소한 4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자동차 부품(-9.4%)·섬유(-11.4%)·가전(-14.9%) 등 품목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출이 감소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5월에는 9대 주요시장 중 7개 지역으로의 수출이 감소했다.
우선 양대 수출 시장인 대중국·미국 수출이 감소했다.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4% 감소한 104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대외 불확실성 증대로 14.6% 감소하고 석유화학 수출 역시 생산설비 점검에 따른 수요 감소로 11.4%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미국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한 100억5000만 달러로 줄었다.
미국 내 정제시설이 줄어 수요가 늘어난 석유제품을 포함해 이차전지 등 품목에서 수출이 늘어났으나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수출이 관세 조치 영향으로 미국 현지 생산이 본격화하며 32% 줄어들었다. 반도체 수출 역시 지난 1분기 선구매로 인해 재고가 충분해 17.6% 감소했다.
아세안으로의 수출의 경우 전자기기 시장 성장과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수출이 47.2%나 늘었으나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이 각각 44.4%와 27.3% 감소했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24.5%) 등 대부분 품목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전체 수출은 1.3% 감소한 100억1000만 달러였다.
다만 EU로의 수출은 선박·일반기계 수출이 각각 5.3%, 13.3% 감소하며 다소 부진했으나 자동차·반도체 수출이 각각 37.6%, 11.1%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은 4% 증가한 60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5월 기준 대EU 수출 역대 최대 실적이다.
5월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5.3% 감소한 503억3000만 달러로 에너지 수입과 비에너지 수입 모두 감소했다.
에너지 수입은 에너지 수입은 원유(-14%), 가스(-0.3%) 수입 감소로 전년 동월 대비 12.8% 감소한 100억 달러 수준이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5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4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달에는 63.7달러로 약 24.2% 감소했다.
비에너지 수입은 반도체장비(11.4%)나 컴퓨터(41.2%) 수입이 늘었으나 전화기(-8.2%), 자동차부품(-4.8%) 수입이 감소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3.2% 감소한 4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수출과 수입이 동반 하락하면서 69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0억5000만 달러 증가한 수치다.
이에 올해 누적 무역수지는 189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흑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2억5000만 달러 증가했다.
특히 대미 무역수지는 여전히 지난달 32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 누적 무역수지 역시 211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우리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며 "최근 미국의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 및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5월에는 국제 유가가 60달러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 급감해 전체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정부에 우리 측 입장을 정확히 전달해 관세조치 관련 상호 호혜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추경을 통해 편성된 약 2300억원 규모의 관세대응 예산을 신속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