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에 비로 인한 물웅덩이가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
집중호우로 유골함 일부가 물에 잠기고 묘지를 둘러싼 경사면에서는 산사태도 일어나는 등 민주헌정질서를 위하다 산화한 유공자들의 안식처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내 2묘역은 묘역 확충 사업을 통해 2017년 조성됐다. 총 1184기를 안장할 수 있는 2묘역에는 현재 유공자 유해 400여 기가 안장돼 있다.
그러나 2묘역은 조성 당시부터 습기가 많은 토양에 지어져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잇따랐다.
비가 내린 지난 9일 2묘역 잔디밭 곳곳에서는 물웅덩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루 동안 누적 33㎜ 비가 내린 데 불과했지만 일부 묘역은 오전부터 신발 밑창이 잠길 정도로 고였다.
급기야 2022년께에는 유골함 2기가 물에 잠겼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침수 유골함은 먼저 안장된 유공자의 묘소에 뒤따라 숨진 배우자를 합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합장 과정을 참관한 한 유족은 "안장에 앞서 장례 업자들을 통해 2묘역 내 침수 피해가 빈번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묘지 관리소는 2묘역 조성 이후 배수시설 증설 등 정비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침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20년 집중호우 당시에는 묘역 곳곳에 빗물이 고이고 일부 지반이 가라앉았다. 묘역을 둘러싼 뒤편 경사면에서는 토사가 쏟아져 묘 일부를 덮치기도 했다.
퇴직한 민주묘지 관리소 관계자는 11일 "2021년께 민주묘지 자체 예산을 들여 2묘역 배수로 등을 정비했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데다 물웅덩이도 고이고 있다. 묘지 부지의 한계로 배수가 잘되더라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묘지 관리소도 2묘역의 배수 문제 등을 절감하고 조성 8년 만에 전면 재정비 절차를 밟고 있다.
민주묘지 관리소는 올해 1월 1·2묘역 통합을 골자로 하는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용역결과 보고서에는 1묘역 내 참배광장을 묘지로 활용해 2묘역을 이장하는 방안 등 내용이 담겼다.
1·2묘역 통합 필요성의 근거로는 2묘역 내 침수 우려와 5·18 유공자 사이 형평성 문제 등이 거론됐다.
현재 통합 용역안은 국가보훈부에 제출돼 정책 입안 단계를 거치고 있다.
임형택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