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업을 일부 수행해도 사회복지법인에 해당하지 않으면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지난해 11월 대한적십자사가 서울 중구청장 등 지자체장 42명을 상대로 제기한 재산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 중구청 등 지자체는 2022년 대한적십자사가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재산세와 지방교육세를 부과했다. 이들이 근거로 삼은 규정은 의료사업 외 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선 재산세를 25% 감면한다는 구 지방세특례제한법(지특법) 규정이었다.

그러나 적십자사는 감면 규정이 잘못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적십자사는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세계평화와 인류 복지에 공헌하기 위해 설립됐고, 이를 위해 수재, 화재, 기근 등 중대한 재난을 당한 사람에 대한 구호사업과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이를 영위하는 만큼, 지특법 22조2항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특법 22조2항은 사회복지법인 등이 해당 사회복지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2022년 12월31일까지 면제한다는 조항이다.

그러면서 부과된 재산세 중 약 13억6000만원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적십자사는 사회복지사업법이 규정하는 사회복지법인이 아니라고 판단,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회복지사업법 2조1호는 사회복지사업 종류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2·3호는 1호에 따른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사회복지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적십자사는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위 조항에 해당하지 않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적십자사가 "구 지특법에선 감면 대상을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라고 정했지만, 2020년 1월15일 개정된 법에선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라고 정하고 있다"며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 아니더라도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라면 이 조항 감면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정법의 취지는 면제 대상인 사회복지법인 등의 대상을 체계화하고 면제 대상 사업 범위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원고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지특법 내 다른 조항과의 체계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의 적용 대상에 원고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슬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