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여읜 후 오랫동안 폐가로 방치된 고향집을 자진해서 철거했더니 숫자만 늘어난 재산세 고지서를 받았다는 자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빈집은 사람이 살지 않아도 주택으로 분류하지만 철거 이후엔 지상에 건축물 이 없는 나대지로 과세 물건이 변경돼 토지분 재산세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지방세법에선 나대지 상태의 토지분 재산세는 주택분 재산세보다 1.5배 많고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 세율도 10%나 높아져 세금 폭탄을 맞고 있다.

빈집 소유자 입장에선 세금이 많아져 집을 철거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빈집 정비를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선 정부가 철거비 지원을 비롯해 재산세 경감을 통해 정비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령인구가 많은 전남지역은 지자체가 나서서 미관을 해치고 치안 불안을 일으키는 골칫거리 빈집을 줄이기 위해 정비를 추진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30일 전남도·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전남지역 빈집은 10년 전(2013년) 1만2135채에서 2023년 2만936채로 8801채 늘어났다. 무려 '72.5% 급증'했다.

이후 전남도와 22개 시·군 지자체가 매년 빈집 정비에 발 벗고 나선 결과 2024년 12월 기준 전체 빈집은 1만8704채로 줄었다. 정점을 2023년과 비교하면 2232채(10.6%)가 줄었다. 이 중 1875채는 철거하고 357채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

광주지역 빈집은 2023년 말 기준 1203채로 2018년부터 6년간 823채를 정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전남은 지난해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빈집 정비에 28억원을 투입했으며 철거에만 전체 예산의 18억7500만원(66.9%)이 소요됐다.

지난해 빈집을 가장 많이 정비한 지자체는 고흥군으로 총 301채(철거 160채·활용141채)를 정비했다. 이어 나주시 187채(철거 175채·활용 12채), 강진군 181채(철거 76채·활용 105채) 순 등으로 많았다.

강진군은 지난 4일 강진품애(愛) 2호 입주식을 강진읍 호산마을에서 개최했다.

이 중 강진군은 철거보다 활용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지자체가 빈집을 소유주에게 무상으로 빌려 리모델링을 거쳐 귀촌을 원하는 입주자에게 빌려주는 '강진품애' 사업을 통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남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령화로 매년 빈집은 늘어가는데 장비 사용료, 인건비 등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서 빠듯한 살림살이 규모에서 철거 예산을 넉넉하게 확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중앙정부의 각종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해 11월6일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제8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빈집·폐교재산 정비·활용에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김 지사는 도시(국토부), 농어촌(농식품부)으로 빈집 정비 관리 체계가 이원화돼 있고 빈집 정비에 한 채당 1000만원이 소요돼 전남의 경우 빈집 정비에만 2100억원이 소요되는 등 재정 부담을 언급하며 관리 체계를 일원화할 빈집 정비 특별법과 국가 재정 지원을 건의했었다.

전남의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전남 22개 시·군 지자체의 빈집 정비 지원금 규모도 들쑥날쑥한 것으로 파악됐다.

1월 현재 빈집 한 채당 철거·정비 지원금은 ▲목포시 500만원 ▲순천시 400만원·신안군 400만원 ▲여수시 300만원·담양군 300만원·화순군 300만원·장흥군 300만원·강진군 300만원·해남군 300만원·영암군 300만원 ▲완도군 250만원·곡성군 250만원· 함평군 250만원 ▲나주시 200만원·광양시 200만원·고흥군 200만원·보성군 200만원·무안군 200만원·영광군 200만원·장성군 200만원·진도군 200만원 ▲구례군 150만원 순 등으로 많았다.

대도시권으로 분류되는 광주는 노후주택 단지 재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빈집 문제가 전남보다는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 빈집은 2024년 기준 총 1203채로 동구 301채, 서구 163채, 남구 298채, 북구 153채, 광산구 288채로 집계됐다.

철거는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823채를 완료했다.

한 채당 철거 비용은 폐기물 처리비까지 포함해 평균 2000만원~2500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철거 예산은 총 16억원(국비 2억원·시비 70%·자치구 30%)을 편성했다.

광산구는 올해 빈집 철거 시 한 채당 3000만원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건물 크기에 따라 실제 처리 지원금은 달라질 수 있다.

서구는 평균 2500만원을 지원하며 3년간 공용주차장, 공동텃밭, 쌈지공원 등 공공용지 활용에 동의해야 한다.

북구·동구는 소유주가 빈집 철거 후 주택 부지를 3년 간 공공용지로 활용하는 데 동의하면 무료로 철거해 주고 있다.

남구는 안전 관련 3~4등급 분류 주택 중 소유주가 주택 부지를 3년간 공공용지로 활용하는 데 동의하면 무료로 철거해 준다.

광주 5개 자치구는 대부분 '3년간 공공용지 활용'을 조건부로 무료 철거를 해주거나 철거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나대지 변경 후 토지분 재산세 급증으로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보다 속도감 있는 빈집 정비를 위해선 현행 3년으로 묶은 공공용지 활용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 볼 시점인 것 같다"고 제언했다.

서부취재본부 송준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