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이 실질적인 환경 평가 없이 준보전 산지의 돈사 건축을 불허했다가 절차상 위법이라는 항소심 법원 판단을 받았다.

진도군이 돈사 건축이 산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산림보호법과 옛 산지관리법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성주)는 A씨가 진도군수를 상대로 낸 '돈사 건축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9월 진도군 임회면 용호리 준보전 산지에 돈사 건축 허가 신청을 했다.

진도군은 2020년 3월 돈사 건립을 불허했다. 산림보호법과 옛 산지관리법(산지 전용 허가 기준)을 검토한 결과 돈사 조성이 산림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1심은 행정 재량권을 인정해 진도군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진도군이 준보전 산지에는 옛 산지관리법(산림의 경영·관리·자연생태적 기능 유지에 지장을 주면 산지 전용 안 됨)을 적용할 수 없는데 법을 어기고 돈사 건립 부적합 사유로 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진도군이 사업 계획 내용 자체에 대한 판단 없이 인근 주민들의 반대 민원(산지관리법령의 검토 사항 아님)을 산지 전용 불허가 기준으로 적용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돈사 건립 시 발생하는 악취·폐수 등으로 산림병해충이 발생하거나 인접 산림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도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돈사 건축 신청지는 산림유전 자원 보호구역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분리돼 하단부에 있다. 산림유전 자원 보호구역에 돈사 건물이 배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도군은 산림 보호 악영향에 대한 근거와 피해 정도를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추상적인 우려를 돈사 건립 신청 불허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서부지방산림청 영암 국유림관리소장 사실조회 결과 돈사 건립으로 발생하는 산림병해충이 있다고 할 만한 연구 결과는 없고, 축사의 배설물·소독 등으로 인한 환경 변화 또는 유용·희귀 식물의 자생 환경에 대한 변화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A씨는 톱밥 발효 방식의 밀폐식 돈사 운영, 안개 분무 시설 설치 등의 환경 오염 방지 계획을 제시했다. A씨의 돈사 경영이 주변 산림유전 자원 보호구역 관리·기능 유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돈사 건축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진도=조상용 기자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