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차 과태료 무마 비위, 수사 결과에 '관심'
호남신문 방문자
오늘 현재69,957,967명
검색 입력폼
사회

주·정차 과태료 무마 비위, 수사 결과에 '관심'

광주 서구 전·현직 공직자 49명, 지방의원 5명 특혜 면제 연루
연루공직자 '솜방망이' 징계 그쳐…"행정신뢰 붕괴" 공분 자초
경찰, 17명 입건…'감사처분 제외' 의원·퇴직자 입건 검토 방침


광주 서구 공직자와 지방의원들이 불법 주·정차 과태료 무마 특혜를 누린 것과 관련해 감사를 통해 적나라한 청탁 관행이 드러났다.
그러나 연루 공직자가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며 공분이 커지고 있고, 퇴직공무원·지방의원은 감사 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경찰이 구청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눈길이 쏠린다.

◇'직급 고하 막론' 과태료 면제 청탁 횡행

5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광주시 감사위는 최근 3년간(2018~2020년) '서구청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공무원(5~9급)·공무직·기간제 근로자는 45명이 비위에 연루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 중 청탁을 받고 부정을 저지른 공직자는 16명이었고, 1명은 스스로 단속 사실을 숨겼다.
행정 감사 처분 대상은 아니지만, 전·현직 서구의원 5명(시 의원 1명 포함)과 간부급 퇴직 공무원 4명도 부당 면제를 누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노골적 청탁이 서슴없이 이뤄졌고, 특정 차량번호에 대해선 아예 과태료 부과를 면제케한 사례도 있었다. 지방의원들은 '의정 활동'을 핑계로 주·정차 단속에서 열외되는 특권을 당연시 여겼다.
이 밖에도 자진 이동, 생계형 차량 등 재량을 남용한 과태료 면제 처분도 드러났다. 시 감사위는 지난 3년간 주·정차 과태료 부당 면제에 따른 미부과액을 1억2640만2000원인 것으로 보고, 서구에 재처분을 요구했다.

◇ '제 식구 감싸기' 34명 견책 이하 경징계

서구는 시 감사위의 징계 요구 대상 공무원·공무직 34명에 대한 인사 처분을 마무리 했으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자초했다.
서구는 시 인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5급 이상 공무원 6명 중 1명에겐 '견책', 나머지 5명엔 '불문경고' 조치를 했다. 자체 심의·의결을 거친 6급 이하 공무원·공무직 징계 대상자도 ▲견책 3명 ▲불문경고 24명 ▲불문 1명 등에 그쳤다.
'견책'은 훈계하고 회개토록 하는 조치로, 6개월 간 승진 등이 제한된다. 공무원 징계 종류(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중 가장 수위가 낮다. 불문경고·불문은 내부 인사 고과에 반영되기는 하나, 지방공무원법 상 공식 징계에 해당되지 않는다.
세외 수입 누락, 공직 기강 해이와 행정 신뢰 실추 등 불러온 파문에 비하면 '물징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불법 주·정차 과태료 무단 면제와 관련해 수사 중인 경찰이 2일 오전 광주 서구청 교통지도과에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 공분…행정 신뢰 붕괴

'이중 잣대' 단속 행정과 '하나마나한 징계'에 대한 공분도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직위를 남용해 시민을 우롱했다", "법규를 어겼다는 생각에 과태료를 꼬박꼬박 내왔다. 정작 단속 공무원들은 '청탁·셀프 면제'를 해줬다는 사실에 배신감마저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 보도 댓글에는 '권력자는 빠지고 서민들만 봉',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 '서민 작업 차량은 주차 딱지 떼 놓고 공무원은 증거인멸? 중징계 해야 한다' 등이 게시됐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시민 불신이 초래할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보란 듯이 '면피용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주정차 단속 무마 청탁이 만연하면서 교통 지도·단속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자연스럽게 민원 마찰도 늘었다. 서구 교통지도과에는 주·정차 과태료 통보에 대한 항의 민원이 2배 가까이 늘었다.

◇17명 무더기 입건…경찰 수사 잰걸음

경찰도 5개월 간의 자체 내사·시 감사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관련 수사에 나섰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청탁금지법 위반·공전자기록 위작 혐의로 서구 공무원·공무직 17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불법 주·정차 단속 100여건에 대해 동료들의 명시적·암묵적 청탁을 받고 주·정차 과태료 면제 사유를 임의로 꾸며 무단 면제한 혐의다.
경찰은 입건자 17명과 면제 청탁을 한 참고인 등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쳤다. 그러나 연루 공직자 등 상당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른다' 등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에는 광주 서구청 교통지도과 등 2곳에 수사관을 보내 주·정차 과태료 단속 자료·면제 내역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면제 청탁을 한 이들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감사 처분 대상이 아닌 지방의원·퇴직공무원의 구체적 혐의 사실을 파악하는 대로, 법리 검토를 거쳐 입건 여부를 저울질한다.
한편, 올해 상반기(1월~6월) 광주시 5개 자치구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 적발 건수는 20만697건 중 5735건이 과태료 부과를 면했다. 단속 적발 건수 대비 과태료 부과 면제 비율은 2.85%로, 지난해 상반기 4%에 비해 줄었다.
이 중 서구는 지난해 상반기 7.21%에서 올해 상반기 1.80%로 불법 주·정차 적발 대비 과태료 면제 비율이 5개 자치구 중 가장 크게 줄었다.
기동취재본부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