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공화국인 우리나라가 최저임금인상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법정최저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이 오를 때 마다 보수와 사용자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대선 모든 후보가 1만원의 최저임금인상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박근혜정부 경제부총리도 약속했던 최저임금 인상이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극심한 소득격차로 인한 불평등 때문이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2014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0.10달러(약 1만 700원)를 올린 이유도 심각한 임금격차 때문이었다. 그 여파로 미국은 올해도 18개주가 최저임금인상을 단행했고 시애틀·샌프란시스코 등은 최저임금 15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동안 최저임금제도가 없었던 독일은 세계적으로 유입된 난민들의 기본생활보장과 저임금노동자를 위해서 2015년 최저임금을 도입, 2014년 10,7%에 이르던 저임금노동자비율이 최저임금시행 후 3.4%까지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고 2017년 취업자 수는 4420만 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오히려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영국·일본 역시 많은 논란에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해마다 올리고 있다. 영국은 최저임금인상이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 없이 저임금일자리가 줄었다는 분석에 보수정권마자 입장을 바꾸면서 법정생활임금을 도입, 2020년까지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을 중위임금의 60%에 맞춘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일본은 현재 8000원대 중반의 최저임금이 15000원은 돼야한다는 여론과 함께 1억 총화(인구 1억명 지키기)란 아베노믹스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정시간 노동으로 출산장려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가 최저임금인상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소득격차에 의한 불평등을 더 이상방치하면 파국이 온다는 경제학자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불평등을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소득분배를 연구하는 70여 개국 학자 100여 명의네트워크인‘세계부와데이터베이스’(WID.world)가 발표한보고서는 소수의 상위계층에 소득이 집중되는 일이 선진국보다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상위 10%가 국가소득의 37%를 누리는 반면 중동·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 등은 50%대 중반이상을 한국역시 44.9로 유럽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현금성 자산이 아닐지라도 지난해 3월까지 30대그룹상장사들의 사내유보금이 역대최대치인 691조 5000억 원으로 700조에 육박했고 2017년 기준 5년간 176조가 늘었는데 이 가운데 4대그룹의 유보금이 자그마치 80%가넘는 146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8년 우리나라 예산이 428조 8천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소가 웃을 이야기지만 이번 최저임금인상여파가 이렇듯 사내유보금을 두둑하게 쌓아놓은 대그룹도 예외가 아니란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임금을 적게 주고자 임금체계를 더럽혀서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법망을 피하고자 부랴부랴 기타수당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시키려는 작태를 보이면서 산업현장에 일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영세사업장은 최저임금이 실제부담으로 작용되어 시간을 줄이고 인원을 정리하고 급기야 사업을 포기까지 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장기적인대안이 필요하다. 한쪽 에서는 소비위축을 다른 한쪽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도기적이긴 하지만 큰 틀에서 최저임금인상은 단순한 임금인상을 넘어 불평등에 의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파국을 막는 길이다. 트럼프는 부자감세를 선택했지만 토마피케티는 미국방식을 피하면 불평등심화를 막을 수 있다고 일갈했다. 스위스·핀란드·스웨덴 덴마크 등의 국가는 오히려 임금이 하향평준화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법을 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곱씹어 봐야할 것이다.



김영우 / 한국노총 전남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