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산업화는 장면정부가 수립해놓았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박정희군사정부가 시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차 경제개발(1962~1966)계획은 수입대체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전환하기위해 부족했던 자금을 독일, 일본 등에서 조달하여 노동집약적 산업육성으로 수출을 늘리는데 사활을 다했었다. 2차 경제개발(1967~1971)에는 시멘트, 전력 등 기간산업육성과 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 초점이 맞추어졌고 차관도입으로 울산공업단지, 마산수출자유무역단지 등 부족한 산업시설이 확충되면서 1,2차 경제개발기간 성장률도 2배상승하는 결실을 맞보게 된다. 하지만,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인재배출로 노동력을 활용한 경제정책이 성장위주에만 매몰되면서 노동조건의개선과 노동자권익향상에는 소홀히 하였다. 3,4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기간(1972~1981년)은 중화학공업, 전자공업발전과 저환율, 저유가, 저금리의 3저 호황으로 고도성장을 이루게 되었지만 우리나라는 1980대말까지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은 5천 달러 수준이었다. 신 자유무역으로 촉발된 글로벌산업화세계는 1997년 12월 3일~2001년 8월 23일까지 IMF관리체제를 벗어날 때까지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빼앗고 희생을 강요했으며 그 후유증은 합리화란 명분과 제도개선이란 유령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경제개발정책으로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시대로 환경변화를 이룬지 6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정부주도의 대외의존적인 수출주도형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에 의한 경제력집중, 재벌의 성장은 예외 없이 정치권력의 비호를 받으면서 부의독점, 시장의 독과점, 문어발식 투자·투기 등은 산업화 초기부터 지금까지 끓임 없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산업화가 편리한 생활양식과 제도를 크게 바꾸어 놓은 반면, 봉건적 사회가 붕괴되고 인구의 도시집중, 환경오염, 빈부격차,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의 모순을 가져오기도 했다. 한국은 1960년대 구 식민지 국가 중 자산지니계수가 가장 낮았고 중위소득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상당기간 평등한 나라로 평가 받았다고 한다. 부탄이 국민소득이 낮은데도 국민행복한지수가 높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1987년 6,29선언으로 잠시 정치경제적 민주화를 이룬듯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면서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프랑스경제학자 토마피게티가 자본주의 빈부격차를 비판한내용중에 상위 10%의 순자산이 70%, 1%는 절반인25%~30%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대한민국 역시 최근자료에서 상위 10%가 66%를, 하위 50%는 고작1,7%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산업화초기 소녀들의 노동시간이 19시간, 식사시간 15분, 지각한번에 임금 4분의 1삭감, 감독의 허리띠로 예외 없이 날마다 폭력을 당했다는 이 증언은 1830년 영국하원에서 소녀 노동자가 증언했던 내용이다. 유럽에서 산업혁명은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의한 불만으로 자본가와 노동자간 극한대립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사회주의 사상이 출현하게 된 단초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과거부터 노동자는 세계 어느 나라할 것 없이 천시 받고 무시당하고 장시간노동과 저임금에 지금까지도 투쟁하면서 탄압받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노동자는 자본과 함께 산업의 중심이고 대한민국경제의 중심이다. 밤잠을 쫓으며 고속도로를 꽉 매운 화물운송노동자, 산업현장에서 불을 밝히며 뜬눈으로 꼬박 밤을 새운 노동자들의 유리지갑세금이 지역경제와 나라경제의 가장 큰 예산이고 버팀목이다. 그런데도 중앙·광역·기초 모든 의원들은 0.01%도 안 되는 노동자 예산을 없애는데 서슬이 퍼렇다. 지난 60여 년 동안 산업화로 온갖 희생으로 대한민국경제성장을 이루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소비로 지역경제 활력을 되살려 왔는데 대접은커녕 주인인 노동자를 가장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도 쪽수가 있으니 선거 때만 되면 낮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고개를 들이대면서 표를 구걸하는 모습이 역겹다. 때마침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산업사회의 주인이면서 세수의 원천인 노동자를 무시하고 알량한 예산을 난도질한 자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2천만 노동자의 가족을 더하면 우리나라 전체인구가 노동자다.



김영우 / 한국노총 전남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