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대한민국에서 모든 나눔이 금지된다’.

올 해 ‘사랑의 열매 학생 나눔 공모전’의 안내 동영상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른바 ‘나눔금지법’의 시행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 삭막한 모습을 보여준다.

울고 있는 같은 반 친구에게 왜 우는지를 물어볼 수도 없고, 다가가서 위로를 해 줄 수도 없고, 운동회에서 함께 달리던 친구가 넘어져도 다가가 일으켜 주면 안 되고, 합창대회 연습에 함께 할 수 없어 홀로 남아 있는 청각장애 학생과는 소통을 금지당한 학교...

사람은 왜 서로 돕는 것일까?

얼핏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은 이것이 단순히 감정과 정서의 문제를 넘어서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최근 학계의 연구 결과인 것은 매우 흥미롭다.

진화인류학자들은 인간이 남을 돕는 것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0년대 등장한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나눔을 ‘혈연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의 방법’이나 나눔을 통해 ’칭찬‘을 받고자 하는 유전자의 반응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집단선택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사람들이 서로 돕는 이유는 ‘집단의 유지와 번영’을 위해서라고 주장하며 이의 대표적인 형태로 스포츠 활동을 예로 들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진화인류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우리 마음속에는 이미 이타성이 프로그래밍된 ‘바른 마음’이 본능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신분석학에서는 사람이 서로 돕는 것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이타심이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 중 최상위의 도덕 개념인 ‘수퍼에고’의 명령에 따른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남을 도우라는 명령이 이미 입력되어 있거나, 남을 돕는 사람이 멋져보였거나 심지어 누군가를 미워하기 때문에도 다른 사람을 돕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에 끊임없이 ‘너는 누구냐?’고 묻고 있으며 그 질문에 ‘나는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답을 하면 그에 따라 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되며 그것이 나눔과 도움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복잡한 이론을 예로 들지 않아도 세월호 침몰 당시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의인들, 본사의 지시를 어기고 표류중인 보트피플을 구하고 해고당한 선장 등 왜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돕고 또 어떤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을까?

저소득층 가구에 무담보 무보증 대출을 통해 기부 대출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인 ‘키바(KIVA)’의 제시카 재클린의 경우 ‘무담보 무보증이라 대출금을 다 떼일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상환율 98%를 넘는 놀라운 변화를 주고 있다. 무엇이 가난한 가구에 아무런 제약 조건이 없는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높은 도덕성을 발휘하게 한 것일까?

가장 최근의 연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과학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마치 자신이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공감능력의 원천인 ‘거울 뉴런’을 통해 자기 자신이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옳고 정당하고 착한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따라서 ‘공감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은 망상이나 공상,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 진정으로 인간에게 공감하고 우리가 상상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나눔은 단순히 남는 시간에 복지관에서 봉사를 하거나, 거금을 기부하거나, 직장을 포기하고 해외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것을 넘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삶을 살고, 다른 이들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하고, 행복한 세상을 상상하고 함께 만들고자 애쓰는 것이다.

9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제5회 사랑의 열매 학생나눔공모전’이 진행된다.

‘나눔금지법’에 대해 우리 아이들의 반응이 어떠할지, 또 ‘나눔은 실천이다’라는 주제처럼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나눔에 대한 경험과 앞으로의 실천 계획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궁금하고 또 기대된다.



전흥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호남나눔교육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