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기존 방식으로는 수집·저장·검색·분석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때 선거캠프에서 활용한 후 각광받았고 사회적 흐름이나 현상을 파악하는 새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전략적 경영은 공공부분이 아닌 민간부분에서 먼저 시작됐다.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산출된 정보를, 상품 및 전략개발과 마케팅전략의 일환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의 경우 소비자 개개인의 구매리스트라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개인의 쇼핑행태에 맞는 할인쿠폰을 개인별로 제공함은 물론이고, 숨어있는 고객 니즈를 발견하여 이윤을 창출하고 또한 예측 가능한 다양한 리스크를 정교하게 추출해 리스크 경감이나 실시간 경영환경 모니터링 구축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인해 기존에 영업 중인 모든 다중이용업소가 화재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해야 하므로, 선의의 다중이용업주들이 과태료라는 행정처분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하여 소방조직에서는 법률의 변경 사항과 보험가입 홍보를 다중이용업주들에게 실시하는 동시에, 소방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관내 다중이용업소에 관한 빅데이터 중 공개 가능한 정보만을 선별하여 각 소방서 홈페이지를 통해 민간에 공개했다.

이에 따라 민간 보험회사들이 자사의 수익창출을 위하여 소방에서 제공한 다중이용업소에 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후 보험가입 대상인 다중이용업소를 경쟁적으로 방문하여 보험가입을 권유함은 물론, 보험회사에서 업소별 보험가입 여부까지 관할 소방서에 통보해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방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가치 있는 빅데이터는 119신고전화일 것이다. 매일 119상황실로 걸려오는 수많은 전화에는 어느 곳이 화재에 취약하고, 어떤 상황에서 주로 사고가 발생하는지, 지금 준비해야 할 백신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자료이다.

119신고전화는 언론매체나 각종 연구소 발표들보다 훨씬 빠르고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 소방에 보내주고 있다. 국내의 어느 조직이 이처럼 가공되지 않은 중요한 데이터를 비용의 지불 없이 국민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얻을 수 있을까? 국가 통계기관과 각종 민간매체에서 설문조사를 할 때 기념품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이것의 의미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소방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내부에 존재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춘 데이터를 이해하고 발굴하는 것이며, 데이터의 가치를 알아볼 내부전문가와 발굴된 데이터의 분석 전문가 양성 또한 매우 시급한 일일 것이다.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그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여 본격적인 빅데이터 활용단계로 진입한다면, 완전한 의미의 선제적 재난대응은 어쩌면 가까운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병길 / 여수소방서 화학119구조대 소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