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광복 72주년이다. 그리고 5월 1일은 세계노동절이다. 미국, 캐나다(매년 9월 첫째 주 월요일)를 제외한 세계 각국이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인 1923년 첫 5.1절 노동절행사를 시작으로 8·15광복 후까지 계속 이어지다 미군정의 도움을 받은 이승만정부가 들어선 후 1958년 5.1절은 공산주의가 선전도구로 사용하는 날이라는 이유를 들어 당시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을 앞세웠던 대한노총(현 한국노총)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기념일로 변경했다. 그랬던 노동절 기념 날짜는 31년이란 긴 세월을 지나 1994년 환원되어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명칭은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로 사용하고 있다. 1948년 헌법 제정당시 이데올로기적, 체제적 대립상황에서 근로자, 근로란 용어가 헌법에 사용됐다. 하지만 노동조합, 노동쟁의, 고용노동부, 노동관계조정법에서 법률용어로 사용되고,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때부터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정의해왔다. 2003년 한국노총은 현행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수정 보완하여 ‘세계노동절 기념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청원했었다. 헌법에 명시된 근로자라는 말은 이후 이승만정권이 제정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체화 되었지만, 4,19혁명직후 노동자들의 요구에 의해 1961년 5.1메이데이로 수정했다. 그러나 박정희 군사정권이 1963년 4월 17일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을 다시 정하면서 법률상 용어도 근로자로 바꿔 버렸다. 원래 근로자란 용어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제노역과 인권을 유린 시키면서 사용했던 청산해야할 일제잔재다. 또한 노동자는=일하는 사람, 근로자는=고용된 사람으로 묘사되고, 노동자는=스스로 주체적으로 힘써 일하는 사람으로 자본가와 대등한입장의 계약을 맺으며, 근로자는=근면성실하게 국가나 회사를 위해 순종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박정희 정권이 노동자 명칭을 근로자로 고집한 이유는 노동자에게 오직 희생과 순종만을 상징적으로 강요하고자 했던 개발독재의 희생물로 삼고, 노동자계층이 정치의식화 될 것을 배제시키고자 용어를 변경했었으며, 북한이 먼저 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금기어로 삼았다는 말도 있다. 어째든 박정희 정권의 의도대로 아직도 ‘노동’ ‘노동자’라는 용어는 일반 국민들 사이에 종북·좌익으로 매도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노동자들에게 까지 거부감을 일으키는 용어로 각인되어 있다. 언어, 문화, 사회, 정치, 경제 등 36년 동안의 일제패악과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한 친일파가 득세하고 있는 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청산되어야할 일제잔재를 하루아침에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한때 일본 육사출신으로 독립군 토벌작전에 앞장서고, 해방정국에서는 남로당에 가입했었던 원조 좌익 박정희정권 말기인 1970년대 까지만 해도 도시락을 벤또라 불렀고,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로, 파출소, 지서 등은 개명되었지만 경찰서는 아직도 그대로 불러지고 있다. 국보와 보불 1호인 숭례문과 흥인문도 조선 문화를 폄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향을 지칭하는 남대문 동대문으로 불렀지만 1996년 문화재 재평가작업을 통해 원래 명칭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의 딸인 박근혜대통령은 국회의원시절에는 역사는 역사학자들과 국민의 몫 이라하면서 정부주도 국정교과서를 반대했지만 집권하자 비밀 TF팀까지 꾸려가며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였다. 근로보국대, 근로정신대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픈 언어다. 근로란 불행했던 시대 우리의 조상들에게는 한 맺힌 단어들이다. 정부중앙부처 이름도 노동부로 칭하면서 아직도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고집하는 것은 친일의 발상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나라를 잃은 설움에 일제의 참상을 경험했던 조상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역사를 바로세우는 길은 일제강점기의 치욕을 당장 걷어내는 것이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36년간 억압의 악몽도 모자라 현재까지 우리 일상생활 속에 잠재한 일본어를 우리말로 되돌리는 작업이야 말로 친일정리의 출발이다.



김영우 / 한국노총 전남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