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란 말은 본래 유목민족인 흉노족의 침입을 경계하고자 유래된 말이다. 은나라 초기에 중국 변방에서 일어난 흉노족은 거의 2천 년 동안 북방 변경의 농경지대를 끊임없이 침범하고 약탈한 유목민족이었다.

흉노족은 중국의 북쪽에 거주하며 광활한 초원에서 방목과 수렵을 생업으로 삼았다. 그러나 초원이 얼어붙는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양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식량을 찾아 살찐 말을 타고 중국 변방을 쳐들어와 곡식과 가축들을 노략질해 갔다. 북방 변경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가을이 되면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흉노족의 침략을 대비하여 병사들은 스스로 활줄을 갈아매고 활촉과 칼을 벼르며 경계를 강화하였다.

‘하늘은 높아 푸르고 말이 살찔 때가 가장 두려워! 언제 흉노가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이 푸념이 천고마비의 유래라고 한다.

병무청에서는 활줄을 갈아매고 활촉과 칼을 벼르는 중국의 변방 사람들처럼 병역의무를 자진해서 이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약한 몸을 단련하는데 도움을 주는 '슈퍼굳건이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시력이 나쁘거나, 체중미달, 과체중으로 병무청 징병신체검사에서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지만, 질병을 치료하고 병역의무를 당당히 이행하겠다는 자진 병역이행 희망자들을 위해 병무청과 협약한 기관에서 무료로 시력교정 수술을 해주거나 체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도움을 주어 현역(1∼3급)으로 입영하거나 사회복무요원(4급)으로 복무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병무청은 보훈공단, 안과병원, 건강보험공단의 건강증진센터, 사설 헬스클럽, 시민체력증진센터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자진 병역이행 희망자들에게 무료 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들의 손을 잡고 무료 치료지원 상담을 받으러 병무청에 방문하신 아버지는 “아들이 보충역이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군대에 가야 하는 것이고, 할아버지 아버지도 군복무를 마쳤으니 아들도 당연히 현역을 다녀와야지 않겠냐”며 현역으로 보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오히려 반문하셨다고 한다. 아들 역시 “현역으로 당당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하려고 했는데 시력이 좋지 않아 실망하고 있던 차에 병무청 무료 치료지원 사업을 보고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주어진 여건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의지를 다져 나라 지키기에 앞장서고자 활줄을 갈아매고 활촉과 칼을 벼르는 자랑스러운 청년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당당한 이들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끊임없는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최고조인 이때, 나라를 지키려는 개개인의 의지가 국가 안보의 바탕을 이룬다는 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은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분위기 조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필자는 천고마비의 유래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며, '슈퍼굳건이 만들기 프로젝트'와 같이 수요자 중심의 능동적인 병무행정을 수행하여 병역의무 자진이행 풍토가 확산되도록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新 병역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박창명 / 병무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