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검사에는 ‘배움’이 있다
입력 : 2016. 07. 10(일) 16:45
병무청에서 실시하는 징병검사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라면 누구나 이행해야 할 병역의무다. 이른 아침부터 징병검사장 앞을 서성이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저렇게 일찍 안와도 되는데 하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성실한 의무이행에 진한 고마움을 느낀다. 식물도 싹을 보면 얼마나 잘 자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옛말이 있듯이 저런 사람들은 검사받는 태도도 훌륭할 것임을 확신한다.‘귀하는 현역병입영대상입니다’라는 말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나는 병역판정을 하는 징병관이다. 30년 넘는 공직생활을 하고 있지만 광주근무는 처음이라서 지난 1월 이곳 근무를 시작할 때는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광주의 따뜻한 인심으로 안정을 찾았고 또 아침 일찍부터 징병검사장 앞을 서성이는 젊은 친구들을 보며 성실을 배우고 있다.
징병검사장에는 매일 230여명의 젊은 친구들이 찾는다. ‘15년도 전국 수검자의 약 87%가 현역병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음을 볼 때 매일 200여명에게 ’귀하는 현역병입영대상입니다‘라는 말을 외치다 보니 징병관 임무도 막노동에 가깝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젊은 친구들과의 만남이 좋다.
징병검사는 개인별 병역의 종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인 만큼 병역판정 결과를 즉시 알려 주는데 대부분의 수검자들은 덤덤하게 받아 들인다. 아마도 판정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현역병 입영대상입니다’를 듣는 순간만큼은 숙연해 질거라는 생각에 혼을 담아 신중하게 알려야겠다는 책임을 느낀다.
‘3급을 받았는데 1급으로 올려주세요’, ‘4급 판정을 받았는데 어떻게 하면 1급을 받을 수 있습니까?’ 등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기특한 모습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본다. 나도 저런 적극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 해병대 지원율이 높아졌거나 목함 지뢰 도발 때 전역을 연기한 병사가 있었음이 우연이 아님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일부이기는 하나 ‘현역병으로 입영해야 하나요?’ 하면서 두려움을 갖는 사람도 있어 ‘친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면 웃음 띄우고 귀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내 작은아들보다도 나이 어린 친구들이 다소곳이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의젓하고, 자신의 순서를 잘 몰라 허둥대던 친구가 미안해 할 때면 오히려 내가 미안해진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아 감동인데 ‘친구의 인사가 있어 오늘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답례를 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더욱 힘찬 소리로 ‘귀하는 현역병입영대상입니다’를 외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발전을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또래들이 모인 검사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고치려 할 것이다. 친구는 1급이나 나는 3급이라서 서운하다는 친구들도 꽤 많은데 이렇게 건전한 질투는 앞으로 있을 군 생활에서도 긍정적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최근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병역이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더욱 정밀한 검사와 정확한 병역판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각 지역의 징병검사장마다 CT와 방사선 촬영기 등 성능 좋은 검사장비가 도입되었고, MRI 등 최신 장비구입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군 복무에 부적합한 심리적 취약자 등의 선별 강화를 위해 징병검사의사와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 증원도 적극 추진중이다. 또한, 징병검사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의료분야 관계자 등 외부인사를 옴브즈만으로 위촉하여 신체검사 전 과정을 참관하게 하고 불편사항 등을 접수, 제도개선에 활용한다. 간혹 불친절도 접수되는데 수검자들을 동생이나 아들처럼 생각한다면 친절은 그리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음을 늘 교육하고 있음에도 부족함이 있어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친절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세상살이가 그렇듯이 징병검사에서도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고 안타까움도 함께 한다. 현역병으로 입영하였으나 입영신체검사에서 불합격되어 귀가된 사람들은 다시 해당과목 신체검사를 하게 되는데 다시 입영대상이나 재신체검사대상 판정을 받는 사람들은 병역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됨으로 전역 후 복학 등의 어려움이 예상될 때 안타깝기만 하다. 따라서 귀가자에 대해서는 징병검사의사는 물론 모든 직원들이 각자 분야에서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요즘 모든 기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도 명품 병무청 구현을 위해 일로매진(一路邁進)하고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지방청장부터 관내지역을 쉼 없이 누비고, ‘홍보가 따르지 않는 정책은 일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는 구호 아래 전 직원이 병무행정 홍보를 통한 국민불편 해소에 전력을 기울인다. 이와 관련하여 병역의무자가 첫 대면하는 병무행정이 징병검사임을 크게 인식하고 수검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들을 홈페이지나 징병검사통지서 발송시 안내하며, 징병검사장을 방문하신 부모님 등 동행자에 대한 병무행정 설명도 병행하고 있다.
나이 오십을 훌쩍 넘긴 사람에게 매일 젊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특권이 아무에게나 있지 않다. 그들에게서 깜찍한 젊음을 배울 수 있어 좋고, 질서가 다소 부족한 친구들에게는 가르침을 줄 수 있어서 좋으며, 궁금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만족을 보일 때는 베풂의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다.
매일 230여명이 질서있게 북적이면서 시끌벅적한 시장통 분위기가 있는 징병검사장도 오후 5시쯤 검사가 종료되면서 적막이 흐르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전환된다. 오늘 검사에 오류는 없었는지?, 민원대응은 적정했는지? 정밀검사를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장맛비를 가득 품은 하늘이 우울해 보여도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만은 파란하늘이다.
정제원 / 광주전남병무청 징병관
징병검사장에는 매일 230여명의 젊은 친구들이 찾는다. ‘15년도 전국 수검자의 약 87%가 현역병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음을 볼 때 매일 200여명에게 ’귀하는 현역병입영대상입니다‘라는 말을 외치다 보니 징병관 임무도 막노동에 가깝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젊은 친구들과의 만남이 좋다.
징병검사는 개인별 병역의 종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인 만큼 병역판정 결과를 즉시 알려 주는데 대부분의 수검자들은 덤덤하게 받아 들인다. 아마도 판정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현역병 입영대상입니다’를 듣는 순간만큼은 숙연해 질거라는 생각에 혼을 담아 신중하게 알려야겠다는 책임을 느낀다.
‘3급을 받았는데 1급으로 올려주세요’, ‘4급 판정을 받았는데 어떻게 하면 1급을 받을 수 있습니까?’ 등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기특한 모습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본다. 나도 저런 적극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 해병대 지원율이 높아졌거나 목함 지뢰 도발 때 전역을 연기한 병사가 있었음이 우연이 아님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일부이기는 하나 ‘현역병으로 입영해야 하나요?’ 하면서 두려움을 갖는 사람도 있어 ‘친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면 웃음 띄우고 귀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내 작은아들보다도 나이 어린 친구들이 다소곳이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의젓하고, 자신의 순서를 잘 몰라 허둥대던 친구가 미안해 할 때면 오히려 내가 미안해진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아 감동인데 ‘친구의 인사가 있어 오늘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답례를 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더욱 힘찬 소리로 ‘귀하는 현역병입영대상입니다’를 외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발전을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또래들이 모인 검사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고치려 할 것이다. 친구는 1급이나 나는 3급이라서 서운하다는 친구들도 꽤 많은데 이렇게 건전한 질투는 앞으로 있을 군 생활에서도 긍정적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최근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병역이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더욱 정밀한 검사와 정확한 병역판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각 지역의 징병검사장마다 CT와 방사선 촬영기 등 성능 좋은 검사장비가 도입되었고, MRI 등 최신 장비구입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군 복무에 부적합한 심리적 취약자 등의 선별 강화를 위해 징병검사의사와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 증원도 적극 추진중이다. 또한, 징병검사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의료분야 관계자 등 외부인사를 옴브즈만으로 위촉하여 신체검사 전 과정을 참관하게 하고 불편사항 등을 접수, 제도개선에 활용한다. 간혹 불친절도 접수되는데 수검자들을 동생이나 아들처럼 생각한다면 친절은 그리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음을 늘 교육하고 있음에도 부족함이 있어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친절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세상살이가 그렇듯이 징병검사에서도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고 안타까움도 함께 한다. 현역병으로 입영하였으나 입영신체검사에서 불합격되어 귀가된 사람들은 다시 해당과목 신체검사를 하게 되는데 다시 입영대상이나 재신체검사대상 판정을 받는 사람들은 병역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됨으로 전역 후 복학 등의 어려움이 예상될 때 안타깝기만 하다. 따라서 귀가자에 대해서는 징병검사의사는 물론 모든 직원들이 각자 분야에서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요즘 모든 기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도 명품 병무청 구현을 위해 일로매진(一路邁進)하고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지방청장부터 관내지역을 쉼 없이 누비고, ‘홍보가 따르지 않는 정책은 일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는 구호 아래 전 직원이 병무행정 홍보를 통한 국민불편 해소에 전력을 기울인다. 이와 관련하여 병역의무자가 첫 대면하는 병무행정이 징병검사임을 크게 인식하고 수검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들을 홈페이지나 징병검사통지서 발송시 안내하며, 징병검사장을 방문하신 부모님 등 동행자에 대한 병무행정 설명도 병행하고 있다.
나이 오십을 훌쩍 넘긴 사람에게 매일 젊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특권이 아무에게나 있지 않다. 그들에게서 깜찍한 젊음을 배울 수 있어 좋고, 질서가 다소 부족한 친구들에게는 가르침을 줄 수 있어서 좋으며, 궁금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만족을 보일 때는 베풂의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다.
매일 230여명이 질서있게 북적이면서 시끌벅적한 시장통 분위기가 있는 징병검사장도 오후 5시쯤 검사가 종료되면서 적막이 흐르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전환된다. 오늘 검사에 오류는 없었는지?, 민원대응은 적정했는지? 정밀검사를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장맛비를 가득 품은 하늘이 우울해 보여도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만은 파란하늘이다.
정제원 / 광주전남병무청 징병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