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써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달이다. 이제껏 호국보훈의 달을 지내오면서 개인적으로 얼마나 큰 의미를 알고 살아왔는지 곰곰이 되짚어 본다.

보훈복지사로서 ‘국가보훈’이라는 길을 걸어온 3년여의 시간은 다시 한 번 나라의 소중함과 작금의 발전된 대한민국을 가능하게 한 옛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지난 3년간 보훈복지사로서 국가유공자분들을 직접 곁에서 바라보면서, 그 위대한 삶 이면에 아픔과 상처만 남은 어르신들이 국가유공의 자랑스러운 영예 하나로 남은 삶을 힘겹게 버티고 계시는 것을 보고, 존경과 감사의 마음 이전에 왠지 모를 애틋함이 먼저 전해져 마음이 아팠다.

가끔은 평소 좋아하는 도종환 시인의 「오월 민들레」중 “내가 이름 없는 땅에 이렇게 피어있는 것은 이곳이 나의 땅인 까닭입니다.... 날이 저물고 나의 시절도 다하여 조용히 내 몸 시들고 있어도 서럽지 않은 것은 당신도 그렇게 피었다 말없이 당신의 길을 간 때문입니다” 라는 시 구절에서 우리의 인생철학을 발견해 본다.

이 땅에서 태어났기에 지켜야 했고 역사를 만들어가야 했던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름 없는 척박한 땅에 핀 민들레였지만, 우리는 그들의 은혜를 입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었기에 그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일은 우리의 의무이며, 그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이 땅을 지키는 일은 우리의 책임이다.

과거 선열들이 그랬듯이 우리는 우리의 미래세대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스스로 또 하나의 민들레가 되어야함을 느낀다. 필자 또한 어떤 이유에서든 지금 이곳에서 민들레처럼 묵묵히 국가유공자분들을 위한 ‘보훈재가복지 서비스’라는 작은 보훈에 동참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보훈의 길’을 기꺼이 걸어가려한다.

‘보훈(報勳)’이란 ‘공훈에 보답한다’라는 뜻이다. 즉, 역사의 격변기에 타고난 운명을 숙명으로 삼고 자신의 삶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인생을 바친 그 분들의 공헌에 보답하는 일을 말한다.

이처럼 국가유공자분들의 영예로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광주지방보훈청에서는 지난 2005년 7월부터 ‘보훈재가복지 서비스’ 사업을 실시하였고, 당시 1명의 복지사와 20여명의 보훈섬김이로 시작했던 보훈재가복지 서비스는,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4명의 복지사와 82명의 보훈섬김이가 광주와 전남지역 국가유공자 약 800여분의 복지를 책임지며 명실상부 노인복지사업 분야의 큰 자리매김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보훈재가복지 서비스를 받고 계신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이제 85세에 접어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많은 분들이 역사의 뒤안길에 쓸쓸히 스러져가고 있는 지금, 조금이라도 더 이 분들이 영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훈복지사와 보훈섬김이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및 여러 공공기관 등의 많은 관심과 후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였으나 생계곤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은 없는지, 또는 소외되고 있지는 않은지, 경건한 마음으로 우리 주위를 한번 돌아보자.



신형자 / 광주지방보훈청 복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