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5천여 명의 노동자가 실직위기에 처한 조선업 문제와 관련 주무장관에게 노정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자 단번에 아니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참에 우리도 대화할 가치도 못 느끼고 책임도 안 지려고하는 정부를 무시하고 우리끼리(노사)라도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화바람이 한창이던 2004년 보청기로 유명한 독일의 지멘스사는 다국적기업의 압력에 굴복하여 헝가리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면서 직원 2만 여명을 감원하려 하자 작업장평의회와 금속노조가 사측과 임금보전 없이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높인다는데 합의 하면서 2만 여명의 일자리를 지켜낸 사례가 있었다. 이는 산별체제가 강한 독일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간에 체결된 산별수준의 단체교섭결과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전제하에서 체결된 ‘예외적인 협약(보충협약)’으로서,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것이다. 즉 강한 노조와 사용자가 대등한 경영참여로 이뤄낸 결과로 다국적기업의 압력에 완전히 굴복하지 않고 수세적이긴 했지만 생산지 이전을 저지해 내는 성과를 얻어냈던 것이다. 폭스바겐역시 1992년 수익률이 격감하여 3만 여명이 해고위기에 내몰리자 협상주체가 모여 불과 4주 만에 임금보전 없는 주당근무 시간을 36시간에서 28,8시간을 줄이는데 합의했었다. 노동자는 노동시간에 따른 소득 16%를 포기하게 되었지만 모두 함께 고용위기를 극복하면서 오늘날 세계1위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또한 시차를 두긴 했지만 수천 명의 비정규직노동자를 정규직노동자의 양보와 회사의 결심으로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전세계자동차업종에서 보기 드문 사례를 남겼었다. 이와는 반대로 세계1위였던 GM은 노동자를 경비절감 차원으로 정리해고에 집중하면서 세계1위의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우리와는 환경이 다른 나라의 사례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똑같이 해야만 된다는 전제는 아니다. 하지만 대법에서까지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자동차회사가 매년 수조원의 당기 순이익을 내면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년 4,5천억이면 모든 비정규직 정규직전환가능)할 비용이 없다고 엄살을 부리고 법을 무시하는 태도는 용서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 정규직노동자의 연봉이 세계자동차 노동자들 중 최고라고 하니 왠지 뒷맛도 개운치 않다. 세계 어느 나라 정부도 노동자의 편에서 노동자를 위해서 행정을 펼치는 나라는 별로 없어 보인다.

영국이 대처 정부시절 수만 명의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몰렸었고 지금 프랑스 올랑드 정부도 실업률이 ‘극단적인 테러리즘보다 더 중대한 도전’이라고 하면서 노동시간·해고에 대한 기업부담을 줄이는 노동개혁 법안으로 노정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유럽 국가들은 200여년이 넘는 노동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노조 조직률 또한 우리보다 배 이상 높고 ILO협약비준 성적 역시 우리나라(핵심협약비준 성적 189개국 중 174위)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한국에 비해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비록 해고가 되더라도 생계에 직격탄을 필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 금융권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로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된 사례가 있었다. YTN은 외한위기 때 사장부터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직원들 역시 6개월 동안의 급여를 반납하고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으면서 3개월 만에 흑자전환을 했던 사례가 있었다. 때마침 노동자에게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도 해고만은 막아보자는 소리가 노동계여기저기서 나기 시작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노조간부는 1만 3000여명의 정규직이 상여금한번 양보하면 300억 원인데 이 돈이면 100여개의 하청업체에게 3억 원씩 돌아가게 되어 최소한 임금지원이 가능하다면서 정규직양보로 총고용을 보장받고 함께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노정간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대립되어 왔었다. 그리고 정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여지없이 공권력을 행사해서 수많은 노동자에게 피멍을 들게 했다. 또한 일자리를 늘리고 양보하고 함께하는 것도 지금까지 노사가 해왔다. 정부는 더 이상 자율적인 노사관계의 불법적인 지배개입을 거두고 행정 서비스에만 치중하라.



김영우 / 한국노총 전남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