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종영된 드라마 ‘어셈블리’에서는 주인공 진상필 의원이 기업 회장이 회사 기념품이라며 내민 손목시계가 고가의 명품시계임을 알고 나서 미련 없이 시계를 현금으로 바꿔 빵을 산 후 모두 노숙자들에게 나눠 줘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불법정치자금이 될 수도 있었던 명품시계가 노숙자들을 위한 빵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은근히 통쾌함을 느꼈다.

정치자금, 후원금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의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현금 ○○원을 ○○박스에 넣어 전달’ 등의 뉴스를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릴 지도 모른다. 거액의 후원금액 혹은 청탁이나 뇌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쯤 정치자금이란 단어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낼 수 있을까? 물론 비용이 들지 않는 정치가 가능하다면 이런 고민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가깝게 살고 있는 유권자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더라도 최소한의 교통비나 유류비가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용이 0인 정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은 정치자금의 모금에 있어서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제한이 약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FEC(미국연방선거관리위원회)홈페이지를 통해 후보자들의 정치자금 수입 지출 내역을 실시간으로 공개함으로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치자금의 인터넷 공개제도를 실시하고는 있으나 정당·후원회 등의 회계보고 후 3개월 이내 그것도 선거비용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인 것이다.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의 인터넷 공개가 확대되어 국민 모두가 감시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후원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면서 깨끗한 정치후원금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일반 유권자들의 소액의 후원금 기부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들도 손쉽게 정치자금 모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후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치후원금은 후원인이 후원회를 통하여 국회의원에게 직접 후원하는 ‘후원금’ 제도와 각급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여 정당에게 배분되는 ’기탁금‘제도로 나누어진다.

‘후원금’제도의 경우 해당 후원회를 직접 방문하여 후원금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치후원금센터(www.give.go.kr)를 이용하면 신용카드나 실시간 계좌이체, 휴대폰 결제 등 다양하고 간편한 방법으로 후원을 할 수가 있다. ‘기탁금’제도는 후원회를 특정하지 않고 선관위를 통해 납부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후원금 제도보다 더 손쉽게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있다. 후원금이나 기탁금의 경우 연말정산시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치인들이 정치활동을 하는 데 정치자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치자금이 투명하고 깨끗하게 모금되고 사용되는 것이다. 선심성 후원금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소액후원금이 많아질수록 정치자금의 모금과 운영은 더욱 투명하고 깨끗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후원금이 정치자금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두가 알 수 있고 누구나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이 기부하는 정치후원금이 정치활동에 사용되어 공약이 만들어지고 그 공약이 현실이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응원하는 방법이 아닐까.



박현선 /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 홍보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