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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현성(47)에게 지난 15년은 자신과 싸운 고된 시간이었다. 1997년 데뷔해 '소원', '헤븐'(Heaven)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근육 긴장성 발성 장애를 겪으면서 본의 아니게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그를 두고 '끝났다'는 뒷말까지 나왔다. 그동안 쌓은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자 김현성은 가수의 꿈을 접고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택했다.
하지만 노래는 포기할 수 없었다. 김현성은 예전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퇴근 후 매일 발성 연습을 했다. 다시 무대에 서겠다는 목표보다 목소리를 회복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당시 연인이었던 아내 모니카가 그를 곁에서 지켜보며 큰 힘이 되어줬다. 그렇게 연습을 이어가던 중 전환점이 찾아왔다. 2021년 JTBC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2'였다.
당시 '43호 가수'로 출연한 김현성은 자신의 히트곡 '헤븐'을 원곡보다 몇 키 낮추어 불렀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아쉽게 다음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의 노래를 들은 작곡가 조영수로부터 다시 한번 가수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고민 끝에 전속계약서에 사인한 그는 다시 가수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는 4일 새 디지털 싱글 '다시 사랑하려 해' 발매를 앞두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넥스타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김현성은 "믿기지 않을 만큼 기분이 좋고 감격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3년 동안 준비하는 과정에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을 스스로도 하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인데 이게 현실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고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요즘 유행하는 잔잔한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습하다 보니 음역대가 가장 먼저 회복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신곡의 고음은 '헤븐'의 가장 높은 음과 같을 정도로 제가 타고난 음역대와 거의 같아요. '이 부분을 버리고 갈 수 없구나, 이 부분은 내가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사랑하려 해'는 작곡가 조영수와 작사가 김이나가 만든 발라드다. 이별 후의 아픔과 사랑을 갈망하는 감정을 묘사했지만, 다시 무대에 서는 김현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몇 달 전 달리는 차 안에서 노래를 처음 들었다는 그는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조영수 작곡가로부터 '김현성 슈퍼 히트송'이라는 제목의 파일이 휴대전화로 왔고, 한참 망설이다 재생했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아내는 옆에서 펑펑 울었고, 그는 울컥했다.
"도입 멜로디부터 후렴 부분까지 영수 형이 이 곡을 잘 쓰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진짜 마음을 많이 썼다는 걸 느꼈거든요. 저를 다시 잘 되게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보여 뭉클했어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절묘했던 건 '헤븐'과 '소원'의 장점을 다 녹여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것, 섬세한 것들을 정말 잘 잡아주셨어요."
김현성은 이번 곡을 후배 가수 규현에게 먼저 들려줬다고 한다. '싱어게인2'에서 자신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보였던 규현에게 고마운 마음에서다. 그는 "노래가 완성되면 첫 리스너는 규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혼자 하곤 했다"며 "매니저를 통해 리스닝 섹션 참여를 부탁했는데 다행히도 바로 참여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규현이) 너무 좋아하면서도 걱정을 해주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당시 규현이 무대에서 보여주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고 감사했다"며 "어떻게 보면 옛날 가수가 다시 한번 방송에 나와서 노래를 못 부르고 끝나버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규현이 그렇게 마음을 써주면서 스튜디오의 공기와 흐름이 바뀐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돌고 돌아 출발선에 선 김현성은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음역도 상당 부분 회복돼 트레이드 마크인 고음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그는 "저는 록 느낌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팝적인 섬세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가수"라며 "많은 분께 '김현성이 돌아왔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 제가 바랐던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지인들에게 '이 한 곡을 내는 데 3년을 태웠다'고 농담처럼 얘기해요.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들을 견디다 보니 겸허해질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다시 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현성다운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요."
호남신문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