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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62) 용산구청장과 이임재(54) 전 용산경찰서장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핼러윈 축제에 인파가 몰릴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혐의로 유승재(57) 부구청장, 최성범(53) 용산소방서장, 김광호(59) 서울경찰청장, 류미진(51)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 불법 건축물의 건축법·도로법 위반으로 이모(76) 해밀톤호텔 대표이사 등 1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가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판단했다. 참사 이후에도 기관별로 법령과 매뉴얼에 따른 인명구조나 현장 통제 등이 이뤄지지 않은 잘못이 중첩되어서 참사가 일어났다고 파악했다. 과실의 공동정범으로 처리했다.
이상민(58)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62) 서울시장, 윤희근(55) 경찰청장,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등은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조사했지만 대통령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는 야당 주장을 두고 조사결과 보고서 채택이 미루어지고 있다. 국회 특조위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위원들은 특수본이 꼬리 자르기만 했다고 규정하고 국회에서 추천한 특별검사를 통해 객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희생자 유족들도 특수본의 수사 결과를 납들할 수 없다면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행안부장관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책임 회피적이고 ‘시체 장사’ 등 모욕적인 말에 2차 가해를 받았고, 상처 받고 분노한다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나도 우리 가족이 압사당할뻔한 큰 위기를 겪은 일이 있다. 1999년 12월 31일 저녁에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서 2000년 1월 1일, 새 천년을 맞이하는 전야제(새천년 준비위원장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 주최)에 가족이 나갔다. 수십만 명의 엄청난 인파가 어두운 밤거리에 운집해서 밀리고 밀려 다니고 있었다. 종각역 부근에서 어느 순간 뒤에서 밀어대는 강한 압박에 나는 9살짜리 딸을 안고 앞으로 넘어졌는데 몇 사람이 내 등을 밟고 지나갔다. 어두운 아스팔트 차가운 바닥에서 사람들을 밀쳐내고 나는 죽을 힘을 다해서 일어났다.
문제는 바로 옆에서 가던 아내가 사정없이 떠밀리는 바람에 잡고 있던 아들(11살)의 손을 놓쳐버리고 함께 앞으로 쓰러졌다. 몇 사람이 밟고 지나갔는지, 아들은 모기소리 같은 작은 소리로 ‘살려 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아이들의 신체는 연약하기 때문에 갈비뼈나 창자는 손상되기 쉽다. 어떻게 아들을 일으켜 세워서 빠져나왔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극한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초인적인 힘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나고 천지신명에게 감사드린다.
사람들은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뒤에서 밀어대는 엄청난 압력 때문에 어둠 속에서 공중에 뜬 상태 비슷하게 자기 의사에 관계없이 앞으로 떠밀려갈 수 밖에 없다. 특수본 발표에서는 1평방미터 안에 12명이 밀집해 있는 상태에서 정신없이 떠밀려가는 상황을 ‘군중의 유체화(幽體化) 현상’이라고 했다. 현장 희생자 및 부상자들은 개인당 평균 약 224~560㎏ 정도의 힘을 받아 질식 등으로 사상 당했다고 하니, 그 상황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태원 참사에서 나는 우리 청춘들의 절망과 좌절을 본다. 기성세대는 이름부터 낯설고 축제의 유래와 내용도 잘 모르는 외국 축제인 핼러윈 축제에 우리 청춘들이 그렇게도 열광적으로 자발적으로 참가한 것은 글로벌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청춘들이 맞딱뜨리고 있는 취업과 결혼, 주택 문제 등 현실은 절망과 좌절이 복병처럼 깔려있다. 상처받고 신음하는 청춘들에게 현실은 차가운 벽으로 다가오기 쉽다. 지금도 힘든 현실에서 숨통을 트기 위한 전망은 밝지 않다.
청춘은 우리의 아름다운 희망이고, 우리를 살려줄 든든한 미래다. 기성세대들이 좀더 정신차리고 청춘들을 살리고 희망을 주는 정책과 행동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김윤호 주필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