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백혈병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킴리아’ 치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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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어린이 백혈병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킴리아’ 치료 성공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
필라델피아 양성 급성 림프모구백혈병 재발
고위험군 초등학생에게 CAR-T 치료제 투약
T세포 추출 암세포만 공격 개인 맞춤형 치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는 필라델피아 양성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어린이에게 개인 맞춤형 항암제(CAR-T 치료제) '킴리아’를 투약해 치료에 성공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는 필라델피아 양성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초등학생에게 개인 맞춤형 항암제(CAR-T 치료제) '킴리아’를 투약해 치료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하지만 소아에게 가장 일반적인 암으로 15세 미만 소아 백혈병의 75%를 차지한다. 필라델피아 염색체에 양성 반응을 보이고 조혈모세포이식 치료까지 받았지만 재발한 사례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정모(8) 학생은 2019년 10월 필라델피아 양성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으로 진단 받아 항암치료 중 2020년 3월 형제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았다. 혈액 검사에서 백혈병 세포가 제거된 상태인 ‘완전관해’를 진단 받고 퇴원해 일생으로 돌아갔지만 지난 4월 재발했다.
이미 항암과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까지 받고 재발된 터라 소아혈액종양센터는 고심 끝에 최근 도입된 킴리아를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환아의 혈액에서 T세포(면역세포)를 추출한 뒤 맞춤형 치료 세포를 장착한 ‘킴리아’를 제조하고 지난달 14일 환아에게 투여했다. 환아는 입원 치료 중 상태가 안정돼 시행한 골수검사에서 완전관해를 확인했고 지난 1일 퇴원했다. 퇴원 후 지난 7일 정기검진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혈액검사 결과 필라델피아 염색체도 음성인 최고상태 완전관해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아의 어머니는 “힘든 치료 기간을 씩씩하게 이겨 낸 아이에게 고맙고, 앞으로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해 백혈병을 앓고 있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올해는 초등학교 교육을 온라인으로 받고 있지만, 내년에는 등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주치의 김성구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백혈병은 소아암 중 가장 비율이 높은 질환으로 환아가 진단 받으면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까지 받으며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는데, 이번 성공으로 기존 치료법으로 건강을 되찾기 어려웠던 많은 환아들에게 새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재욱 소아혈액종양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이번 성공은 서울성모 혈액병원의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 덕분"이라면서 "앞으로도 치료 대상 환아를 확대하는 한편 새로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환아의 장기적인 합병증도 센터 차원에서 세심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킴리아는 세계 최초의 CAR-T 치료제로, 1회만 투여하면 혈액암 환자의 절반 가량이 완치돼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면역세포가 암 세포를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배양해 다시 환자의 몸 속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암 세포는 정상 세포인 것처럼 속여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특성이 있어 면역세포가 암 세포를 정확히 찾아 공격할 수 있도록 일종의 내비게이션(항체)을 달아 암 세포만 골라 사멸시키는 원리다. 난치성 혈액암 환자에게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킴리아는 1회 투약으로도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환자 혈액에서 T세포를 뽑아 냉동시킨 뒤 미국으로 보내 환자 맞춤형 치료제로 제조 후 다시 한국에서 치료한다. 인체세포를 이용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치료제를 처방하려면 T세포를 채취하기 위한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고 동결하는 데 필요한 GMP(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제조·관리 기준)인증을 받은 시설을 갖춰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은 국내 최초로 혈액질환을 종합적으로 진료하는 독립된 시스템을 갖춘 병원으로, 다른 국내외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에서 의뢰한 환자들이 몰려 ‘혈액암의 4차 병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신약만이 유일한 희망인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킴리아 투약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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