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의회가 민주당, 진보당, 민생당, 무소속 의원으로 구성된 후반기 원구성을 마치면서 전례가 없던 '4당 체제' 의장단이 꾸려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광주 서구의회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거에서 김옥수 민생당 의원이 만장일치로 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예결위원장 선출까지 마무리되면서 서구의회 후반기 원구성은 모든 당과 무소속 의원까지 포함된 이례적인 모습을 띠게 됐다.

서구의회 의장은 김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의장은 박영숙 민주당 의원이 당선됐고 상임위별로는 기획총무위원장에 김영선 민주당 의원, 의회운영위원장에 김태진 진보당 의원, 사회도시위원장에 김수영 무소속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김옥수 민생당 의원이 각각 선임됐다.

현재 광주에서 서구의회를 제외한 광주시의회, 동구의회, 남구의회, 북구의회, 광산구의회 후반기 의장단은 단 한 석도 빠짐없이 모두 민주당이 독식했다.

서구의회 후반기 원구성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반기 의회에서 의장단을 독식한 민주당의 전횡을 동료 의원들이 적극 심판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나오며 이례적인 원구성이 꾸려진 것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서구의회는 의원 13명 중 민주당 9명, 민생당 1명, 진보당 1명, 무소속 2명으로 민주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기 때 국민 감수성과 어긋나는 전시성 행사에 수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예산안 집행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아 '추경안 날치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소수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되면서 집행부 감시·견제 기능을 상실한 '거수기 의회'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실제 다수당인 민주당과 소수당·무소속 의원 간 신경전은 본회의장에서 그대로 표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서구의회 임시회 본회의 폐회식에서 소수당 의원이 다수당의 횡포로 의회가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민주당과 해당 의원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이런 내홍을 겪은 결과물이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소신 투표'로 이어졌다는 평가는 이런 연유에서다.

지난 2일 진행된 서구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김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당내 경선으로 당선된 오광교 의원을 누르고 의장으로 선출됐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의장단 선거에 앞서 당내 경선을 통해 의장과 부의장뿐만 아니라 상임위원장까지 내정했다. 만약 본투표에서 '이를 어길 시 당규의 규정에 따라 징계에 처할 수 있음'이라는 서약서까지 작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의장단 선거에서는 이변이 속출했다. 내정자인 오광교 의원이 아닌 김태영 의원이 당선됐고 상임위 역시 민주당이 아닌 민생당과 진보당, 무소속 의원이 골고루 선출된 것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이를 "'비열한 야합'이라며 '응분의 조치'와 함께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며 김태영 의원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반해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은 달랐다.

참여자치21은 이런 원구성을 두고 "자유의지와 소신에 입각한 화합과 연대의 반란"이라며 환영 입장을 보였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오주섭 사무처장은 "민주당 일당 독재하에서 당의 징계를 무릅쓰고 소신과 연대를 보여준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의지를 갖고 지방의원들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 소수 야당과 무소속의원들께도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기초의회의 올바른 모습이라며 추켜세웠다.

한 서구의원은 "민주당이 의장, 부의장은 물론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하면서 소수당을 철저히 배제했다"며 "이번 투표는 의회 전반기를 함께 지낸 의원들이 동료 의원의 역량과 자질을 평가해 소신 투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도 공천 때문에 아무 소리 못하고 당내 경선을 치렀지만 막상 의원 자질이 없는 사람을 의장으로 밀려고 하니 선거에서 당내 규정을 어기고 소신 투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의회의 소신행동에 서구 공무원들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 서구 공무원은 "특정 다수당의 쏠림에 따른 각종 폐단이 조금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구의원들의 소신행동에 집행부 공무원들도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옥수 서구의원은 "전국에서 다수당이나 거대 양당이 아닌 무소속까지 포함한 4당 체제가 구성된 것은 서구의회가 처음"이라며 "후반기에는 각종 잡음으로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의회의 모습을 버리고 일하는 의회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