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운전자 신호지시 어기면 벌점과 범칙금?'

최근 광주의 주요 도로에 '낯선'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리면서 시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24일 광주 남구 대남대로에는 '모범운전자의 신호지시를 어기면 벌점 15점과 신호 지시위반으로 범칙금 승용차 6만원 승합차 7만원 이륜차 4만원이 부과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을 내건 주체는 '광주 남부경찰서'와 '남부모범운전자회'다.

시민들은 경찰관이 아닌 모범운전자의 신호지시를 어기면 범칙금이 부과된다는 문구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남구에서 만난 김모씨(56)는 "모범운전자는 사실상 자원봉사자로 알고 있는데 벌점과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현수막 문구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수막 근처를 지나던 이모씨(33)는 "벌점이나 범칙금은 경찰이 부과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현수막 내용이 운전자를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모범운전사는 신호지시를 위반하는 운전자에게 벌점이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도로교통법을 보면 모범운전자회는 '모범운전자연합회' 조항을 근거로 설립 가능하고 선발과 운용지침에 따라 운영한다.

'무사고운전자나 2년 이상 사업용 자동차 운전에 종사하면서 교통사고 전력이 없는 모범운전자'들로 구성하며 실제활동은 '자원봉사'에 가깝다.

혜택도 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범운전자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면 경우에 따라 일부 감경해준다.

11월 기준 광주의 모범운전자 수는 1600여명이다. 이들은 한 달에 4번 이상 출퇴근 시간대를 중심으로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와 운전자는 경찰, 자치경찰, 의무경찰, 그리고 경찰보조자의 신호나 지시에 따를 의무가 있다.

모범운전자는 헌병, 소방공무원고 함께 경찰보조자에 해당해 이들의 수신호를 무시하면 신호위반이 된다.

다만 모범운전자는 직접 범칙금을 부과할 권한은 없다. 지시에 불응하는 모습을 찍어 고발하면 경찰이 부과한다.

홍기주 광주 남부모범운전자회장은 "대부분 운전자가 모범운전자의 신호지시를 무시하고, 욕설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운전자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현수막을 건 것이지, 실제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대남대로에서 광주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시작되면서 출퇴근 시간대 교통 체증이 극심하다.

홍 회장은 "예전에는 '나부터 가야 한다' 식의 막무가내 운전자가 많았는데 현수막 설치 후 질서가 조금씩 잡혀간다"며 "모범운전자들이 원활한 교통을 위해 봉사활동 개념으로 교통정리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운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