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한 지역 노부부의 특별한 졸업식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전남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고흥남양중학교에서 송삼수(91)·박정애(87) 어르신 부부의 졸업식이 열렸다.

부부는 초등학교 졸업 뒤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더이상의 배움의 시기를 놓쳤다. 이후 가정을 꾸리고 네 남매를 키우며 바쁘게 살아온 두 어르신은 한때 접었던 배움의 꿈을 2022년 다시 품었다. 3년간의 꾸준한 학습과 성실한 학교생활 끝에 이룬 졸업이라는 결실은 그저 학업을 마친 것을 넘어선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두 어르신을 위해 재구성한 맞춤형 교육과정은 학습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북돋웠다. 부부는 수학 시간 논리 퍼즐 등과 같은 창의적 활동을 통해 즐겁게 수업에 참여했다. 영어 수업에서는 알파벳부터 간단한 실생활 표현을 익히며 새로운 배움에 기쁨을 느꼈다.

시 쓰기 프로그램에서는 두 어르신의 숨은 재능이 빛났다. 송 어르신은 '고목'이란 제목의 시에서 '나무가 늙었다고 늙은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늙은 나무일수록 아름다운 꽃을 이룬다'고 노래해 보는 이들에 감동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어르신은 뛰어난 암기력과 학습 정리 능력을 발휘, 모든 과목에서 성실하게 학업에 임했다. 시 쓰기에서는 정성이 가득 담긴 작품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두 어르신의 학교생활은 단순히 학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마치 친조부모처럼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며 자연스럽게 웃어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학생들에게 심어줬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이 학교 이중호 교장은 "송삼수·박정애 어르신께서 보여준 배움의 열정과 더불어 나눔·배려·경로효친의 자세는 학교와 지역사회 전체에 큰 울림을 줬다"며 "두 분의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앞으로도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 김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