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한때 1위를 꿈꿨던 이들은 4위마저 걱정해야 하는 끔찍한 입장에 처했다.

키움은 지난 23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서 3-12로 대패했다.

연패가 6경기로 늘어난 키움(61승2무49패)은 3위 KT 위즈(60승2무47패)에 0.5경기 뒤진 4위로 내려앉았다. 키움이 3위 밖으로 이탈한 것은 5월19일 이후 3개월 만이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추락이다. 전반기 종료 시점 키움과 4위 KT의 승차는 8경기였다. 두 팀이 나란히 25경기씩 치르는 동안 크게만 느껴졌던 격차가 소멸된 것을 넘어 뒤집힌 것이다. 키움의 후반기 승률이 0.292(7승1무17패)까지 내려 앉은 여파다.

문제는 역시 마운드다. 전반기 키움의 투수진은 선전의 최대 공신으로 꼽혔다. 특히 불펜진은 너나 할 것 없는 호투로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를 완전히 지웠다.

웬만하면 불펜 투수 1명이 이닝 전체를 마무리 한다는 홍원기 감독의 '이닝 책임제'는 관리와 성적을 모두 잡는 묘수로 여겨졌다.

견고하게만 여겨졌던 마운드는 후반기 들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선발진은 안우진(1승2패 평균자책점 2.95·이하 후반기 기록)과 에릭 요키시(1승2패 평균자책점 2.41)를 제외하면 마땅한 자원이 눈에 띄지 않는다.

최원태는 2패, 평균자책점 5.06으로 고전하다가 골반 통증으로 1군에서 빠졌고, 한현희(1패 평균자책점 12.91)와 정찬헌(1패 평균자책점 9.45)은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 받았다.

경기 중후반을 책임져야 할 계투진은 더욱 심각하다. 전반기 4.20이던 불펜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7.35까지 뛰어올랐다.

김태훈(평균자책점 6.35), 문성현(평균자책점 11.57), 이승호(평균자책점 10.80), 양현(평균자책점 10.38) 등 나오는 투수들마다 타자들에게 혼쭐나기 일쑤다.

가장 구위가 빼어난 김재웅(4홀드 4세이브·평균자책점 2.89)이 마무리로 전환하면서 8회는 큰 구멍이 뚫렸다. 재정비를 위한 투수들의 잦은 2군행은 아직까진 득보단 실이 많아 보인다.

전반기(타율 0.247)와 후반기(타율 0.252)가 별반 차이 없는 타선의 기적적인 반등이 없다면 결국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요소는 투수들의 호투뿐이다.

3위를 내주긴 했지만 키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우려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기록적인 연패와 연승이 맞물리지 않는 한 6위 롯데 자이언츠(49승4무58패)에 10.5경기나 앞선 키움의 가을야구는 확정적이다.

2위 싸움이 어렵다면 이제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정비에 치중하는 것도 키움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거듭된 연패로 선수들의 떨어진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한다. 현 상태라면 포스트시즌에 나서더라도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