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완패에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U-23 대표팀은 12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서 일본에 0-3으로 크게 졌다.

대회 2연패에 도전했던 '디펜딩 챔피언' 한국은 4강 문턱에서 고개를 숙였다. 2013년 출범한 이 대회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나 상대인 일본이 2살이나 어린 U-21 대표팀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했다.

앞서 AFC 홈페이지를 통해 "선수 명단 등 구성에서 내 잘못이 있었다. 준비한 전술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사과했던 황 감독은 이날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늦게까지 경기를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 이런 결과로 실망하게 해 굉장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유를 불문하고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스쿼드 구성, 경기 콘셉트, 동기부여 등 모든 면에서 제가 부족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더 세심하게 신경 쓰고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일본은 예상보다 강했고 준비를 많이 한 느낌을 받았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또 "모든 부분에서 잘 준비된 상대와 그러지 못한 우리의 차이가 결과로 이어졌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 앞으로 다시는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의 결과에 따라 올림픽까지 계약이 이어진다.

한일전에선 선수 기용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황 감독은 "공감한다. 하지만 박정인(부산)이 몸살로 훈련을 다 소화 못했고, 고동민(경남)은 훈련 중 발가락을 다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를 좀 길게 끌고 가려고 오세훈(시미즈), 조영욱(서울)을 선발로 못 내보낸 게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일전에 색깔이 없었다는 비판에도 "공수 전환이 빨랐어야 했는데 여러 가지 컨디션과 경기 상황에서 그런 부분이 아주 미흡했다. 새로운 선수들이 많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공유가 덜 됐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던 미드필더 조합에 대해선 "평가전을 많이 못해 예선을 통해 조합을 찾으려 했다. K리그 경기만으로 조합을 찾는 건 어려웠다. 저만의 생각으로 미드필더를 운영했는데, 그게 패착이 됐다"고 인정했다.

또 "미드필더 조합을 가장 고민했다. 밸런스가 상당히 중요한 데 상대가 미드필더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서 피지컬적으로 우수한 선수를 배치한 게 결과적으로 밸런스를 붕괴했다"고 덧붙였다.

9월 예정됐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연기로 동기부여가 잘 안된 것도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우려대로 아시안게임이 연기돼 어린 선수들의 동기를 끌어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한일전에서 완패는 심각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개선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황 감독은 소집 훈련 기간이 짧았던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핑계 대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똑같은 멤버로 훈련을 못 하고 선수 구성이 소집 때마다 바뀌어 조직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걸 공유하지 못했다. 실제로 새로운 선수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다시는 한일전 패배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황 감독은 "저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 어린 선수들이 부족하지만 응원해주시고, 비난은 감독인 저에게 해주셨으면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해서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을 대파한 일본의 오이와 고 감독은 AFC 홈페이지에서 "한국전에서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열심히 뛰었다"며 "공격적인 축구가 잘 이뤄졌다. 수비에서도 무실점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한편 이번 대회 준결승은 일본과 우즈베키스탄,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결로 펼쳐진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