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복귀 후 첫 시범경기 등판을 마친 김광현(34·SSG 랜더스)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에 들어오면서 "우와, 많이들 오셨네요"라며 탄성을 내질렀다.

3년 만에 KBO리그 시범경기에 나선 그를 보기 위해 몰린 취재진 때문이다.

김광현은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2022 신한은행 쏠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6회초 선발 이반 노바의 뒤를 이어 구원 등판, 2이닝 2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펼쳤다.

2019시즌을 마친 뒤 미국에 진출해 2년간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었던 김광현이 인천 SSG랜더스필드 마운드에 서는 것은 2019년 10월 14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890일 만이다.

KBO리그 시범경기에 나선 것은 2019년 3월 12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약 3년 만이다.

지난 8일 역대 계약 규모 1위에 해당하는 4년 총액 151억원(연봉 131억원·옵션 20억원)에 SSG와 계약한 김광현은 이날 처음으로 SSG 유니폼을 입고 실전 마운드에 섰다.

당초 투구수 40개를 계획했던 김광현은 27개의 공만 던졌다. 이 중 스트라이크는 19개였고, 삼진 4개를 솎아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 평균 구속은 147㎞였다. 볼넷은 1개만 내줬다.

이날 김광현을 보기위해 50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몰렸다. 인터뷰실도 꽉 들어찼다.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같네요"라고 활짝 웃으며 인터뷰실로 들어섰다.

김광현은 "몸을 끌어올리는 단계였다. 지난해 허리 부상도 있었는데, 지금 아픈 곳 없이 몸 상태가 깔끔한 것이 가장 좋다"며 "다음 경기에서는 3이닝, 50~60개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에 다녀온 후 투구 템포가 다소 빨라졌다는 소리를 듣는 김광현은 "다들 빨리 퇴근하셔야하지 않냐.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템포를 빨리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든다"고 농담을 한 뒤 "미국에서 뛰면서 더 빨라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구속에 만족한다"는 김광현은 "LG에 왼손 타자가 많아 체인지업을 많이 연습하지 못했지만 마지막에 던진 체인지업이 잘 먹혔다. 스트라이크가 많았던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짚었다.

아쉬운 부분으로는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송찬의에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은 후 서건창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장면을 꼽았다.

김광현은 "홈런을 맞은 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것이 가장 아쉽다. 시즌 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KBO리그 공인구가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작다. 그래서 체인지업을 던질 때 조금 불안함을 느꼈다. 오늘 등판 전 불펜 투구를 할 때 체인지업이 좋다고 해서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연습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계속 왼손 타자가 나와서 던지지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은 "우타자가 나오기만을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찬의를 상대로 던지려 했는데 (초구에)홈런을 맞았다"면서 "왼손 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잘 던지지 않는데, (좌타자인)서건창을 상대로 던지다 볼넷을 줬다. 아직도 야구가 어렵다"고 되돌아봤다.

현재 몸 상태가 "80~90% 정도"라고 소개한 김광현은 "구속이 더 나올지는 장담을 못하겠다. 구속이 더 나오면 좋기야 하다. 느낌상으로는 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빅리그에서 뛰는 2년 동안 구속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김광현은 "부상이 있지 않는 한 구속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 "미국에 있는 동안 코로나19 등으로 트레이너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다. 현재 SSG 1군에 트레이닝 코치님만 5분이 계신다. 케어를 잘 받다보니 금방 좋아지더라. 아직 어린 것 같다"며 한껏 웃어보였다.

처음 상대한 송찬의에게 홈런을 허용한 상황에 대해 김광현은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다. 직구를 노리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초구로 직구를 던졌다"며 "직구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와 직구를 쳐 홈런을 친 것 자체로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송찬의 뿐 아니라 처음 상대하는 타자가 적잖을 터다. 김광현은 "그런 상황이 되면 변화구도 던지고, 직구의 코스도 바꿔가면서 상대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원형 SSG 감독은 "이반 노바가 우리 팀으로 오면서 더그아웃 분위기가 지난해와 비교해 또 달라졌다. 노바가 파이팅을 많이 외치더라"면서 "그런데 김광현이 합류한 후 더그아웃이 더 시끄러워졌다"고 했다.

'전직 메이저리거'의 합류로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노바는 MLB에서만 통산 90승을 거둔 투수다. 김 감독은 "선발 투수들이 등판하지 않는 날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해준다는 것은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반겼다.

김광현은 "야구가 재미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홈런을 맞고 졌지만, 팬들이 보는 즐거움이 있어야한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도 즐거웠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이 야구를 하면서 직장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정말 즐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농담도 많이 하고 시끄럽게 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팬들도, 취재진도, 선수들도 모두 즐겁게 야구장에 왔으면 좋겠다"는 김광현의 이날 인터뷰도 시종일관 유쾌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