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 트레인' 추신수(39·SSG 랜더스)는 메이저리그(MLB)에서 16시즌 동안 정상급 타자로 활약하며 통산 1671안타, 218홈런을 때려낸 타자다.

하지만 KBO리그에도 그가 상대하기 유독 어려운 투수가 있었다.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 시즌을 돌아본 추신수는 '잔상이 오래 남는 투수가 있냐'는 말에 주저없이 KT 위즈의 고영표(30)를 꼽았다.

추신수는 "진짜 못 치겠더라니까요"라면서 고영표와의 대결을 떠올렸다. 추신수는 올 시즌 고영표를 상대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삼진을 무려 5번이나 당했다.

그는 "미국 언더핸드 투수는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를 주로 던진다. 체인지업을 잘 던지지 않는다"며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공이 없어지는 느낌이다"고 떠올렸다.

이어 "고영표를 상대하면 바보가 되는 것 같다. 고영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고영표를 상대하는 것을 보면 웃긴다"며 고영표가 자신의 '천적'임을 인정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복귀한 고영표는 26경기에 등판해 166⅔이닝을 던지면서 1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2로 활약, KT의 정규시즌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서도 주축 투수로 활약했다.

추신수는 "정말 좋은 투수"라고 고영표의 실력을 인정하면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영표 같은 선수가 오래 뛰면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추신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는 고영표 뿐만이 아니다. 그는 같은 팀 후배인 최정과 나성범(NC 다이노스)도 높게 평가했다.

추신수는 "최정은 몸에 맞는 공이 300개 가까이(294개) 되는데 몸쪽 공을 친다. 정말 대단하다"며 "나도 메이저리그에서 몸에 맞는 공(152개)이 상당히 많았고, 몸쪽 공에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정이는 두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나성범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던 나성범은 팀을 찾지 못해 NC에 남았다. 나성범은 국내에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지만, 해외 리그에 진출하려면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추신수는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둔 나성범을 향해서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나성범이 미국에 진출할 경우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해야한다. 스플릿 계약을 할 경우 조금만 부족하면 마이너리그로 보낸다"며 "한국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에 가면 문화, 언어 때문에 생활이 힘들다. 야구에 집중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

추신수에게는 메이저리그에서 같이 뛰기도 한 동갑내기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에게도 존중의 뜻을 표했다.

오승환, 이대호와 KBO리그에서 함께 뛰어 기분이 좋았다는 추신수는 "(오)승환이를 상대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승환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승환이도 그 나이에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이)대호도 좋은 활약을 했다"고 말했다.

친구들의 이름을 언급한 추신수는 후배를 향한 조언을 곁들였다.

추신수는 "어린 선수들이 오승환, 이대호가 경기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왜 그 나이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지 느껴야 한다. 그냥 '잘하신다'고 끝나지 말고, 선배들의 장점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