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관문은 넘어섰다. 이제 또 다른 경쟁의 장이 펼쳐진다.

양현종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전에 구원 등판, 4⅓이닝 5피안타(1홈런)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콜업, 빅리그 입성의 꿈을 이룬 양현종은 데뷔전까지 소화했다.

양현종은 팀이 4-7로 뒤진 3회초 2사 2,3루 위기 때 선을 보였다. 상대 4번 타자 앤서니 렌던을 2루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정리한 그는 4,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7타자 연속 범타행진을 이어가던 그는 6회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에게 기습 번트 안타를 내주며 첫 출루를 허용했다.

계속된 6회 1사 1, 2루에서 제라드 월시에게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 2루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7회에는 첫 타자 호세 이글레시아스에게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홈런을 맞았다.

일찌감치 경기 흐름을 내줬던 텍사스는 결국 4-9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선발 투수 조던 라인즈(2⅔이닝 7실점) 보다 긴 이닝을 소화한 양현종이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던 경기였다.

텍사스 마운드는 개막 직후부터 난조를 보였다.

이날 경기까지 텍사스의 팀 평균자책점은 4.71로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28위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4.29(18위)로 버티고 있지만,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5.24(28위)로 치솟는다.

양현종이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불펜진의 틈을 비집고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단 의미다.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양현종에게 구원 투수는 다소 낯선 역할이다.

그러나 선발 투수로 오래 뛰었던 만큼 이닝 소화 능력은 뒤지지 않는다. 양현종이 텍사스와 계약했을 당시 현지 언론에서도 최근 7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진 양현종의 이닝 이터 면모에 주목한 바 있다.

이날처럼 선발 뒤에 나와 긴 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책임져주는 롱릴리프의 역할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양현종의 빅리그 데뷔전을 지켜본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도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서 잘 던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은 전혀 없었다. 스프링캠프에서 강한 타자를 상대해도 부담을 가지지 않았다"고 신뢰를 드러내면서도 "양현종이 이렇게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나도 놀라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양현종이 앞으로 계속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꾸준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날 4⅓이닝 2실점에도 호평을 받았던 건 빅리그 데뷔전이라는 부분도 어느 정도 참작됐다. '처음'이라는 긴장감과 압박감을 걷어낸 다음에는 보다 완벽한 호투로 기량을 인정받아야 한다.

양현종은 "단순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한 번 올라간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주 던져서 팬, 구단, 선수들에게 좋은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