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인도의 낡은 호텔로 모여든다. 적은 비용으로 인생의 황혼기를 멋있게 보낼 수 있다는 과장 광고에 속은 사람들이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저마다 다른 사연과 목적으로 인도행을 선택했지만 막상 와서 보니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하지만 그들은 온갖 우여곡절 끝에 풍부한 인생 경험을 살려 낯선 땅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몇 년 전에 개봉한 코미디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의 줄거리다.

비록 영화 속 줄거리지만 선진국에서도 노후 준비는 만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은퇴자가 오죽했으면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을 찾아 먼 타국 땅까지 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흔히 듣는 얘기로 노인들끼리 하는 말 중에 “아들 딸 보다 국가가 더 효자”라고 한다. 또 미국 정부는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나라가 용돈(연금)주고 싼 임차료의 아파트까지 제공했다는 얘기도 한다.

물로 고령화는 선진국, 개발도상국 가릴 것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문제는 그 속도다. 프랑스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행하는 데 115년이 걸렸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40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독일은 각각 40년과 37년, 미국은 73년과 21년이 걸린다고 한다. 2006년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24년과 12년이 경과됐다. 한국은 고령사회 18년, 또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겨우 8년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

예컨대 1950년경의 아시아권 노인 인구는 5,760만 명으로 4.1%에 불과했다. 하지만 2050년이면 9억2,270만 명에 이르러 전체인구의 7.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생산인구가 줄고 고령층이 늘어나다보니 노인 부양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노년 부양비는 2010년 15.2명이지만 2040년에는 57.2명, 2060년에는 80.2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재정지출이 늘면서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게 되고 노인 빈곤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지역사회·범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가 급증한 것은 의학기술의 발전과 식생활 개선에 따라 평균 수명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고령화의 저주’가 더 빠르고 강력해질 것이라는 경고다. 특히 아시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퇴불안감’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은 대부분 은퇴 이후 여유로운 삶은커녕 노후 준비와 같은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산층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래의 노후준비보다는 당장의 부모 부양, 자식 교육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 노인들은 위기에 처해 있는가. 자녀들은 점점 부모를 모시려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노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온갖 고통과 역경을 극복한 세대다. 부모에게 효(孝)를 행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로부터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부채를 지고 있다.

때문에 노인복지에 관한 문제는 당연히 정책 순위의 상위를 차지해야 한다.

따라서 노인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고령사회’의 운명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2017년 현재 노르웨이인들이 받는 고령연금 평균액은 월 약261만 원 정도다. 이처럼 일정수준 이상의 노후를 국가가 보장해 주기 때문에 가난한 노인 없는 나라다.

우리나라도 한번 쯤 관심을 갖고 고민해 봐야 한다. 노인이 살기 힘든 나라라는 현실이 몹시 부끄럽다. 이제 노인복지는 개인이나 가정의 범주를 넘어 국가적인 책무가 되었다. 노인이 가난한 나라에서 노인이 행복한 나라로 가는 길을 모두가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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