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수)부터 7일(월)까지 4박 5일 동안, 내가 운영하는 백두산문인협회와 계간 백두산문학이 주최하여 진행하는 제 15회 백두산 역사문화탐방을 다녀왔다. 해발 2750m의 민족의 영산(靈山)이요 민족의 성산(聖山) 백두산 정상을 37명이 동행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전인 1990년 8월에 홍콩과 북경을 거쳐서 어렵게 백두산을 찾은 이후로 다른 단체를 따라서 간 탐방을 제외하고 총 15회를 주최하여 찾아가서 나는 나도 모르게 백두산 전문가가 되었다.

1990년 8월에도 저녁 늦은 시간인 7시 19분에도 백두산 천지를 보았고, 주최한 14회 동안 단 한 번만 비바람 처서 천지를 못 보아서 이번에도 당연히 보리라고 믿고 갔다가 구름만 보고 돌아왔다. 그러니까 15회 중에 두 번을 못 본 셈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무 늦은 오후 3시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오후 4시)에 올라간 것이 제일 큰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높은 고산에서는 평지보다 빨리 해어름이 지고 어둠이 구름과 함께 내려온다. 우리가 백두산 입구 산문(山門)에 도착했을 때는 다른 해와 달리 장사진을 쳐서 한 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백두산 천지로 올라가는 승합차를 탈 수 있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믿었던 가이드에게 속은 것이다.

돌아오니,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의한 유엔 북한제재결의안이 통과되고 북한은 ‘자주권과 생존권을 위해서 물리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정부 성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하원과 상원에서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성공단 재개도 반대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56분간 통화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이 못 견딜 때까지 압박하겠다.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북과 대화 시도해 봤소?’ 물으니, 문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과 우발 충돌 막을 논의를 목적으로 해 봤고, 미사일 문제로 대화 제의했던 것은 아니다’고 대답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하다는 말을 다섯 번이나 했다고 한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서로 상대방이 잘못하고 있고 자기 행위는 정당하다고 하면서 남북 간에 직통 전화 한 대 없이 한국과 미국은 유엔까지 동원하여 계속 비핵(非核)과 제재로 압박을 강화하고,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하여 최대의 저항과 투쟁을 다짐하고 있는 위험한 형국이다. 이대로 가면,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고 원인을 제공했다고 우기면서 한바탕 국지전(局地戰)이라고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우발적인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아무도 조절하거나 말릴 사람도 없다. 한·미·일과 북·중·러라는 두 거대 진영으로 나누어져 대결하는 형국이라서 한 번 불붙으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북한의 자주포와 장사정포의 서울 공격과 한미 연합군의 반격으로 이어지는 전쟁의 참화(慘禍)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같은 피와 같은 말과 같은 글을 이어받은 같은 민족, 형제자매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또 다시 되풀이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비극이다. 마주 보며 달리는 열차처럼 우리는 또 다시 군사적인 충돌로 다가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한반도 평화 정착의 지름길은 1990년 한·러 수교와 1992년 한·중 수교처럼 하루 빨리 남북수교(修交)에 이어서 북·미 수교와 북·일수교가 체결되어서 상대국에 대사관이 개설되고 외교사절이 파견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북한 체제 보장과 동시에 북핵 개발의 필요성도, 위협과 사용 필요성도 없어져서 상호 간에 막대한 국방비에 쏟아 붓는 예산을 국민 복지와 통일 비용 등으로 사용해서 통일의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문제, 남북통일 문제의 운전석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은 운전석에 제대로 앉아서 진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과 북한, 미국과 외국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북한의 비핵만 요구하고, 미국과 손잡고 유엔을 동원한 경제적인 제재만 강화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어떠한 불상사(不祥事)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한 번 터지면 돌이킬 수가 없다. 대화할 때가 아니다, 개성공단 재가동도 반대한다고 하면 북한과는 군사적인 대결과 전쟁 일보 직전의 긴장감만 팽팽하게 지속될 뿐이다.

누군가는 대결과 전쟁으로 가는 군사적인 긴장과 불안을 돌려서 풀고 평화와 공존으로 가는 통 큰 결단을 내려야한다. 앞장서서 총대 매고 깃발을 드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민족 자주적이고 평화 공존적인 철학과 정책을 갖고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대국들의 이익과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고 국민들도 보수와 진보로 국론이 나누어져 있는 복합적인 정세 속에서 단칼로 정답을 시원하게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도자가 그렇게 복잡 다기(多岐)한 문제와 관계들을 조절하고 설득하고 종합 분석하여 결단을 내리고 추진할 수 있는 위치와 힘이 있다. 그러한 지도자는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금 문 대통령이 국민적인 다수 지지를 받으면서 국정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나 통일 문제를 전공한 전문가로서 나는 문 대통령의 현재의 통일정책 입안과 추진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북한이 못 견딜 때 까지 압박을 가하고, 남북수교와 북미수교 등 평화체제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항복할 때(비핵)까지 계속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전쟁하자는 것 밖에 안된다. 국지전이라도 터지면 어느 나라 사람이 많이 죽고 어느 나라 땅이 초토화되는가. 북한 탓만 하면서 긴장과 대결의 연속이었던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이 했던 대북정책 실패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인가.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