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신 한반도평화비전'을 발표했다. 베를린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 화해·협력의 기틀을 마련한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곳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 구상을 발표한 알테스 슈타트하우스(Altes Stadhaus)는 독일 통일조약 협상이 이뤄졌던 역사적 현장이다.

문 대통령은 냉전과 분단을 넘어 통일을 이루고 그 힘으로 유럽통합과 국제평화를 선도하고 있는 독일과 독일 국민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했다. 얼마 전 별세한 고(故) 헬무트 콜 총리의 가족과 독일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대한민국은, 냉전시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로 독일 통일과 유럽통합을 주도한 헬무트 콜 총리의 위대한 업적을 기억할 것입니다‘고 연설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독일 통일의 경험은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로 남은 우리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과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해 주고 있다’고 하면서 ‘우선, 통일에 이르는 과정의 중요성이다. 독일 통일은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둔 평화와 협력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었다. 독일 국민들은 이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 통일을 결정할 수 있었다. 동서독의 시민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했고 양측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비정치적인 민간교류가 정치 이념의 빗장을 풀었고 양측 국민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 나갔다‘고 독일 통일의 경험에서 한국 통일의 방향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동방정책이 20여 년간 지속되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된 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의 지지와 더불어 국제사회의 협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사회민주당 출신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첫 걸음을 뗀 독일의 통일과정은 다른 정당(보수적인 기독교 민주당 출신)의 헬무트 콜 총리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정당을 초월한 협력이 이어져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고 정권 교체에 흔들리지 않는 통일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앞선 두 정부(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의 노력을 계승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고했다.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끌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방향’인 ‘대한민국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요약한다.

첫째,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한반도,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잘 사는 한반도를 위해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으로 돌아가자. 둘째,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다. 지난 4월, ‘전쟁 위기설’이 한반도와 세계를 휩쓸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세계의 화약고와도 같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시급히 완화해야 하고 남북한 간의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교류와 대화를 모색해 나갈 것이다. 북한도 더 이상의 핵도발을 중단해야 한다. 셋째, 북핵문제와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관련국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 넷째, 한반도에 남북과 유라시아를 잇는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리겠다. 다섯째,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겠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함께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어가기 위해서 먼저 쉬운 일부터 시작해 나갈 것을 북한에 제안했다.

첫째, 시급한 인도적 문제부터 해결로 올해 10월 4일은 ‘10.4 정상선언’ 10주년이고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인데,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 성묘 방문도 추진하자. 둘째,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여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고, 2020년 동경 하계올림픽,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도 논의하자. 셋째, 지금 이 순간에도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를 상호 중단하자. 넷째,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남북 간 접촉과 대화를 재개하자.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을 지지하면서, 나는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이지만, 중대한 정책적인 오류를 지적해 두고자 한다.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고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주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정책방향은 백 번 옳고 반갑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존경하고 따르고자 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과 6·15남북선언, 노무현 대통령의 10·4정상선언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두 정부는 남북 화해와 협력을 최우선하고 중시하고 실천했으며,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도발(개발)은 별로 문제 삼지 안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절대 조건’이다고 하지 안했다.

북한이 핵을 버리면 도와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 생각난다. ‘통일은 대박이다’, ‘한반도 프로세스’다, ‘드레스텐 선언’이다고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은 죄다 동원해서 선언해 놓고 실제로는 늘 북한 탓만 하면서 제재와 압박, 봉쇄와 대결의 반평화·반통일 장책으로 ‘한반도를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었다. ‘비핵화’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수십 년 겪어서 잘 알면서도 미·일 등과 손잡고 다시 강요하면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평화도, 통일도 더욱 멀어질 뿐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통일외고 행보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독일 가서 잘했다고 하고 있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