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는 선진국, 개발도상국 가릴 것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프랑스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행하는 데 115년이 걸렸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40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독일은 각각 40년과 37년, 미국은 73년과 21년이 걸렸다고 한다.

2006년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24년과 12년이 경과됐다. 한국은 고령사회 18년, 또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겨우 8년이다.

우리사회의 고령화가 유독 심각한 것은 선진국과 달리 충분한 경제성장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령화 현상은 한마디로 ‘압축적 고령화’라 할 수 있다. 빠른 속도만큼 문제점들이 응축돼 있는데도 국가적 사회적 대비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점투성이였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노인들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가난뱅이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고령자 절반가량(48%)은 빈곤층이다. 그런데다 지금 같은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OECD 평균을 넘어선 24.3, 2050년에는 OECD 평균 25.8%를 훨씬 뛰어 넘는 38.2%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인류사회는 인류가 그렇게도 원하던 장수사회를 이룩했다. 그러나 장수사회의 도래는 생산인구의 감소와 부량인구의 증가라는 새로운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다시 말하면 세계적인 급속한 고령인구의 증가는 노동력 감소, 저축률과 투자율의 감소를 야기했다.

예컨대 1950년경의 아시아권 노인인구는 5,760만 명으로 4.1%에 불과했다. 하지만 2050년이면 9억2,270만 명에 이르러 전체인구의 7.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생산인구가 줄고 고령층이 늘어나다보니 노인부양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노년 부양비는 2010년 15.2명이지만 2040년에는 57.2명, 2060년에는 80.2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재정지출이 늘면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게 되고 노인 빈곤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지역사회,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과연 한국의 노인들은 위기에 처해 있는가. 자녀들은 점점 부모를 모시려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노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온갖 고통과 역경을 극복한 세대다.

부모에게 효(孝)를 행산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로부터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부채를 지고 있다.

때문에 노인복지에 관한 문제는 당연히 정책 순위의 상위를 차지해야 한다. 따라서 노인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고령사회’의 운영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결코 노인인구가 늘어나면 기업의 생산성이 줄어들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각종 사회보험 운영에 구멍이 생긴다. 돈을 내는 젊은이는 적고, 돈을 타가는 노인만 많으면 보험이든 연금이든 지속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사회의 급속한 고령사회 진행은 젊은이들의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에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이 본격화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는 66조5637억 원을 쏟아 부었다. 출산율을 높여서 고령화를 저지하기란 이미 때가 늦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균형 잡힌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 사회처럼 압축적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준비는 간단치 않다. 그래서 더 치밀하고 배려 깊은 시책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 자동차회사 BMW의 사례는 눈여겨 볼만하다. BMW는 신체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를 위해 무릎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나무 바닥재를 깔고, 조명은 더 밝히고, 작업장에 확대경을 설치하는 등 크고 작은 70여 개 조치를 취했다.

비용은 5만 달러, 5000만 원 조금 넘는 돈이 들었다. 변화는 놀라웠다. 무엇보다 결근율이 크게 줄어들고 공장의 연간 생산성은 7%가 높아졌다. BMW는 역시 인류기업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고령화에 대비한 혁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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