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박 5일 간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7월 2일(일) 저녁 귀국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건이 되면 북한을 먼저 방문할 수도 있다는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의 발언과 남한에 전개되어 있는 전략자산의 감축과 한미합동 군사훈련의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미국 현지 발언 등으로 사드 배치 등 안보와 한미 동맹이 흔들릴까 염려했던 미국의 우려를 해소시킨 성과가 우선 눈에 띈다.

미국과 한국은 6·25전쟁에서 함께 피를 흘린 혈맹(血盟)이다. 피를 흘려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 준 은인(恩人)의 나라다. 미국의 젊은이들 3만6천여 명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머나먼 작은 이국땅 코리아에 와서 목숨을 바친 그 희생과 은혜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역사다. 한국군은 약 14만여 명이 산화해 갔고, 유엔군은 미군을 포함하여 18개국 8만여 명의 파병 용사들이 한반도 산하에서 숨져 갔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여 세계 10위의 국력을 갖게 된 오늘의 대한민국은 참으로 한강의 기적을 창조했다. 해방 후, 동족상잔(相殘)이라는 참혹한 비극과 초토화된 잿더미에서 일어나서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한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되었다. 또한 좁은 국토가 두 동강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반만 년, 오천년 민족사에서 최대의 민족 융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자랑스럽고 세계인이 경이와 감탄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訪美)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를 우리 민족 최대의 숙제인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통일 실현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총괄적인 평가는 성공적이고 훌륭했다. 몇 가지 주요 요점을 정리한다.

첫째, 현재의 제재와 대결 국면의 남북관계를 대화와 평화 지향의 남북관계로 전환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를 향한 열망을 적극 지지 한다’고 했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시키면서 제재와 대결을 주장하면 애국자이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자이고, 대화나 교류협력을 말하면 안보관이 불안한 종북이나 친북, 비(非)애국적인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비정상적이고 호전적(好戰的)인 잘못된 사회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 갈래의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하여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화통일의 지름길이요, 바람직한 통일정책이다. 국민적 지지 속에 전쟁 위험을 줄여 나가면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진짜 안보다.

둘째,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으며, 북한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거나 군사적인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 주겠으니 핵 개발이나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같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하지 말아 달라는 대북 평화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은 체제 보장을 위하여 핵과 미사일에 전력투구하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 보장을 양국 정상이 공동 선언한 것은 남북관계애서 큰 의미가 있다.

셋째, 특히 남북문제에서 한국이 운전석에 앉아서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적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주변 강대국에 의해서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의 운명이 우리의 의사와 국익에 관계없이 좌우되고 결정되는 약소국의 설움과 피눈물을 얼마나 많이 당해 왔는가. 우리 조국과 우리 민족의 문제를 우리가 주도하지 못하고 미·소·일·러 등 강대국들에게 끌려 다니던 기막힌 역사를 이제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청산해 나가야 한다.

그런다고 미국과의 혈맹을 소홀히 한다거나 강대국을 배척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변 강대국들과는 당연히 선린 우호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정상회담이 민족 주체적 운명 개척을 위한 자주적인 외교정책을 위한 출발선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제제와 압박, 고립과 봉쇄를 통한 지난 보수정권의 긴장 고조와 군사적 무한 경쟁의 반평화적인 정책과 행태는 전면 수정되고 철회되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수십 년 지속적으로 여러 부문에서 대화와 화해협력을 하여 신뢰와 상생을 쌓아 나가고, 민족 동질성 회복과 통일 조국의 비전으로 평화 통일을 성취해야 한다. 통일 문제는 보수와 진보, 남남(南南)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 활발한 대화와 교류협력을 하여 신뢰와 수교(修交)를 하게 되면, 핵이나 미사일은 개발 필요성도, 사용 필요성도 자연히 없어지게 된다. 교류협력과 수교조약 등을 통하여 체제 보장을 하지 않으니 핵과 미사일 개발에 국력을 쏟아 붓고 있는 북한에 대응하여 미국의 각종 최신 무기를 10년 간 세계 1위 수입국이 되고 모든 대화와 교류를 전부 단절시키고 준(準)전쟁상태를 지속시키는 한심한 악순환을 분단 70여년 했으면 이제 철이 들만도 하다. 핵과 미사일 개발이 중단되지도 않고, 평화가 가까이 오지도 안했다.

북한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실효성도 없는 비핵화(非核化)를 정책 목표로 삼는 것 자체가 큰 잘못이라고 나는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미군 철수를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아직도 철이 들지 않은 일부 꼴통 보수세력들은 북한과 대화하고 교류협력을 하면 금방 나라가 무너지는 즐 알고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금방 적화통일이 되고 좌파 세상이 되는 줄 안다. 이런 적대와 대결에 질리지도 않는가. 이렇게 앞으로 백년, 천년 가고 참혹한 잿더미 전쟁을 우리 국토, 우리 형제끼리 철천지원수가 되어 한 번 더 치루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전쟁놀이, 미친 짓거리, 이제는 정말 집어 치워야 한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통일 문제를 전공한 전문가로서, 깨어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정상회담은 민족사의 흐름을 대결에서 평화로 돌린 위대한 전환의 시발점이 되리라고 확신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