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화)∼14일(수), 강원도 고성에 있는 국회연수원에서 개최된 국민의당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워크숍에 국회출입기자로서 취재 차 참석했다.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 패배의 원인과 앞으로 국민의당의 갈 길을 놓고 특강과 열띤 토론이 있었다. 14일에는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인 동해안 남북출입국사무소와 고성군 최북단에 있는 통일전망대에를 찾았다. 철조망 넘어서 푸른 동해바다 하얀 백사장과 어울려서 아름다운 해금강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엷은 구름에 얼굴을 살짝 가린 금강산 일만이천봉은 꿈결인 듯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금강산을 거쳐서 평양, 백두산으로 달려갈 수 있는 날을 기도하면서 세 편의 시를 지었는데 한 편을 이 글 끝에 싣는다.

지난 24일에는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최초로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던 1991년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 남북 선수단 동시 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를 받았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영광을 다시 느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에 북한팀이 참가한다면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생각한다. 북한 응원단도 참가해서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통일정책을 전공한 학자로서 문 대통령의 통일정책과 통일 접근방법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문 대통령은 개막식에 참석한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장웅 위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박수를 보냈다. 북한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태권도연맹 태권도 시범단을 데리고 참석한 북한 장웅 IOC 위원은 환영 만찬 자리에서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스포츠를 통한 핑퐁외교도 좋지만 그에 앞서 정치 기반이 먼저 다져져야 스포츠를 통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를 통한 남북 화해를 이루려면 정치적으로 단절되고 꼬이고 압박하는 대립의 장애물들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간의 인적 교류와 물적 교류를 모두 차단한 5·24조치의 해제라든가, 경제적인 제재 등을 풀어서 정치적인 기반을 형성해야 진정한 스포츠를 통한 남북 화해와 평화 정착에 기여한다는 논리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리고 정치와 경제, 군사 등 큰 틀의 중요한 문제들이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하여 한꺼번에 풀려버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64장에 있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千里之行 始於足下)’는 모든 일의 근본 해결책이다. 지금처럼 단절되고 긴장되고 대결의 남북관계애서는 인도적인 지원, 체육, 문화예술, 경제 등 ‘쉬운 것부터(先易後難)’,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독일 통일의 교훈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다방면의 활발한 민간교류를 수십 년 하다보면 정치, 군사 등 무겁고 첨예한 문제들도 신뢰와 협력 속에 자연스럽게 상생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북핵 해법과 평화통일의 지름길을 요약해서 다시 말하겠다. 북한의 핵을 문제 삼고 비핵화(非核化)를 정책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남북 대화와 북미(北美) 대화를 통한 남북 수교(修交)와 북미 수교, 북일 수교를 남북문제의 핵(核)으로 삼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설사 정권이 바뀌어도 활발한 인도적인 지원과 민간교류, 체육과 관광, 문화예술, 경제교류를 지속시켜야 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남북 수교와 북미 수교, 북일 수교를 국력이 강한 우리나라가 북한과 미국을 주도적으로 설득하고 권유해서 체결시켜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확고하게 정착시켜야 한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제재(制裁)를 입에 올리며 대북 적대감과 대결을 선동하는 자는 반통일분자, 반민족분자로 단정해서 규탄해야 한다. 지금도 ‘철 지난 빨갱이 장사’를 하려는 정신 넋 떨어진 자들이 국내·외에 있다. 아직도 친일 독재와 분단 대결에 향수(鄕愁)를 느끼고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세력들이 있다.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36년 만에 2016년 5월 6일 열린 조선노동당 7차 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인민들의 경제는 한심하다’고 경제 실패를 자인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되어 북한 체제를 보장해 주면 ‘한심한 경제’를 완전히 외면하고 계속 핵 개발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설사 핵 개발을 해도 안보에 불안이나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안보 관념을 대결지향에서 평화지향으로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옛날 야간 통행금지를 풀면 낯설고 큰 일 날 것 같았지만 큰 일이 없다.

6·25전쟁 참전 적성 국가였던 소련과는 1990년에, 중공 오랑캐였던 중국과는 1992년에 수교하여 중국이나 소련이 핵무기를 개발하든, 핵항공모함을 건조하든 우리 국민들은 별 관심도 없고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북한의 핵을 보유한 채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는 경제 강국과 함께 핵보유 군사강국이 될 것이다. 인구 1억에 가까운 선진민주국가가 되어 세계 5위권의 강대국이 될 것이다. 서로 죽고, 먼저 죽기 때문에 핵무기 사용은 서로가 함부로 쓸 수 없는 최후의 무기다.



통일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얼마나 더 간절해야/ 그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더 사무쳐야/ 저 사나운 철조망이 녹아 내릴까요// 얼마나 더 울어야/ 먹먹한 이별이 영영 없을까요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