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변혁과 격랑의 파도를 부딪치며 헤처나가고 있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출범의 돛을 올린 문재인 대통령은 탈권위와 혁신으로 역대 대통령 중에서 최고의 84% 국정운영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 위에서 군림하는 권위와 사익 추구, 불법과 불통으로 탄핵되고 구속 수감된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으로 문 대통령은 정상적인 업무를 해도 국민들의 환호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와 외무부장관·공정거래위원장 등 국무위원들의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치면서 제1야당 자유한국당과 협치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 내각 구성의 지연과 국정공백의 장기화는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공약했던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고위 공직자를 배제하는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인사는 사전에 걸러내서 추천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을 하면 안된다. 그래서 문 대통령 취임 후 고공 행진하던 지지율이 처음으로 6% 내렸다. 변하기 마련인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지만, 입장이 달라졌다고 국민에 대한 공약(公約)을 수정하고 안 지키면 전 정권들과 다른 점이 없어지게 된다. 이런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 임기 말에 국정 추진 동력을 잃어버리고 국민 지지는 바닥을 기게 된다. 개혁과 통합이라는 국민에 대한 약속인 공약을 잘 지켜서 성공한 정부가 되길 바란다.

대외적으로는 사드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高高度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두 강대국 중국과 미국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이유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당하고 있는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이다. 국내 여론과 정당, 대선 후보들까지 사드 배치 찬성과 반대, 다음 정권에서의 논의로 갈라져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사드는 실효성과 절차적 정당성, 군사 주권의 차원에서 한국에 배치할 필요도 없고, 배치해서도 안된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부인할 국민은 없다. 한미동맹의 당사자로서, 당당한 주권국가로서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한국과 북한은 배제된 채 미일중소의 강대국의 힘과 협상에 의해서 한반도의 운명이 좌우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2014년 미국 무기 수입은 9조로 세계 1위이며(조선일보 2015.12.28.), 방위사업청이 개청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산 무기 36조 원 어치 수입하여 세계 최대 규모로 세계무기 수입 10년간 계속 1위다. 평택 미군기지 조성에도 우리 측은 8조 90000억 원을 부담한다. 평택 미군기지는 단일기지로는 전 세계 미군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1467만 7000평방미터)로 조성비용이 17조 1000억 원이다. (조선일보 2017.1.16.A8)

북핵은 북한이 체제 보장을 위해서 벼랑 끝 전술로 강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태우 대통령이 북방정책을 추진하여 북한 동맹국 러시아와 1990년 수교(修交)했고, 혈맹국 중국과는 1992년 수교했다. 우리의 동맹국 일본과 혈맹인 미국은 북한이 그렇게 간절히 요청해도 한러수교 27년, 한중수교 25년이 지났어도 수교해 주지 않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제재라는 이름으로 약자(북한)의 목을 조이면서 핵무기만 없애고 항복하라고만 위협하고 강요하고 있다. 독재와 분단대결 세력들은 남북관계를 적대감과 대결의식을 고취시키면서 정권 유지와 정권 탈취에 악용한다. 10년 이상, 일반 국민들은 알기도 어려운 각종 미국 최신 고가(高價) 무기체계를 수입하는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핵의 근본적인 해법은 남북(南北) 수교와 북미(北美) 수교, 북일(北日) 수교를 통해서 북한 체제를 보장해 주고 한반도를 평화체제로 정착시켜야 한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켜서(政經分離) 정권이 바뀌든, 군사적 대결이 있든 인도적 지원과 각급 레벨의 민간교류 활성화, 상생의 남북 경제 공동체를 형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핵무기나 미사일 사용은 전 민족이 공멸한다는 것을 남북도, 미국도 다 잘 알기 때문에 좀처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국교 정상화를 통해서 약자의 체제 보장도 해 주지 않으면서 핵무기만 없애라(非核)고 고립 봉쇄, 압박 제재만 취하는 것은 별 효과도 없고, 평화와는 정반대로 같은 형제끼리 총뿌리를 겨누면서 적대와 대결의 준(準) 전시(戰時) 상태가 된다는 것을 해방 후 70여 년 동안 똑똑히 보아왔지 않는가.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의 통일정책은 통일의 길에서 역주행(力走行)하는 반통일(反統一) 정책이었다. 독일 통일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1969년 진보적인 사회민주당 빌리 브란트 수상이 시작한 동방정책을 정권이 바뀌어도 20여년 계승 발전시켜서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 헬무트 콜 수상 때,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성취했다.

서독이 동쪽의 동독을 향하여 추진한 통일정책을 동방(東方)정책이라고 부른다. 남한의 노태우 대통령이 북쪽의 북한을 향하여 추진한 통일정책을 북방(北方)정책이라고 부른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을 이름만 바꾸고 계승 발전시킨 것이다. 그런데 보수정권은 햇볕정책은 일방적인 퍼주기다, 끌려 다니기다, 핵무기로 돌아왔다고 비난하면서 봉쇄 붕괴정책을 폈다.

백년, 천년을 이렇게 세계 유일의 적대와 대결의 분단국가로 가자는 것인가. 상호 이득이 되는 남북 교역량과 지원액의 정권 별 비교는 다음에 하겠다. 정권이 바뀌어도 20년 이상 꾸준히 ‘접근을 통한 변화’, ‘작은 걸음의 정책’, ‘쉬운 것부터 하자(先易後難)’, ‘민간 교류부터 하자(先民後官)’, ‘경제 교류부터 하자(先經後政)’. 그래서 남북 수교와 북미 수교, 북일 수교를 해야 한다. 이것이 북핵 해결과 평화통일의 지름길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