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내에 자리 잡은 ‘마이스타60’ 회사에는 은발의 60~70대 ‘실버인력’들이 일하고 있다. 68세의 이 회사 설립자 희라노시게오 회장은 20여 년 전 경로의 날 언론보도를 통해 고령화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그 후 그는 1993년 초 60세 이상 사원 20명을 모아 빌딩과 공장설비 관리를 전담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렇게 출발한 이 회사의 직원은 현재 600여 명에 이른다.

주로 수도권과 오사카 일대 공장에 장비 설계 관련 기술을 컨설팅해주는 일을 한다. 나이가 많은 전문가들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나 모습만 봐도 어디에 이상이 생겼는지 금방 알아내기 때문에 기계 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매우 가치 있는 노동력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실버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고령화라는 인구 재앙이 한국에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2000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사회 진입은 경제 활동인구 감소를 의미하고 저성장의 일상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한국은 일하는 노인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65~69세 인구의 고용률이 41%로 비교대상 OECD 32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한다. 이 연령대의 OECD 평균고용률은 18.5%다. 실질적인 은퇴 연령도 한국은 남성 71.4세 여성 69.9세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은퇴 연령이 낮은 일본(남 69.3세, 여 66.7세) 보다 더 낮다.

한국은 노인들이 나이 먹어서까지 일을 많이 하는 이유는 물론 자랑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그것은 노후보장 체제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유럽에선 은퇴를 해도 일 할 때의 70% 안팎에 이르는 연금을 받기 때문에 빨리 은퇴하고 노후를 즐긴다.

우리는 공적연금을 받더라도 액수가 적어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할 나이인데도 취업을 못한 자식의 생계까지 책임지느라 퇴직 후 이런저런 일자리를 전전하는 중산층 노인도 많다.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준비를 하며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자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의학의 발전은 ‘100세 시대’로 세상을 진입시켰다.

이렇듯 사회의 변화속도는 가히 짐작하기 힘들 정도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고령화에 대비해 경제, 사회, 교육, 복지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냈다. 노후 노년은 아무도 피하지 못하는 모두의 절실한 현실이다. 따라서 일하는 노인의 증가는 평균 수명 80세 시대로 접어든 고령화 사회의 필연적 추세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빨라 불과 9년 후인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부터라도 풍부한 직업 경력과 인생경험을 가진 노인들이 생산적 활동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온갖 고통과 역경을 극복한 세대다. 부모에게 효를 행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로부터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거기다 자식들은 찾아오지 않고 배우자마저 먼저 죽고 나면 고독감은 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심각한 질병까지 겹치면 외로움이 극대화 되어 당사자인 노인들이 자살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식이 있더라도 부모를 돌보지 않거나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노인들은 깊은 고독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어쨌든 자살은 개인적이고 가족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통합과 안전망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단체, 지역사회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어울려 일하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년층의 고용을 막는 장벽이 없어져야 한다. 노인들이 손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고용정보시스템부터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실버인력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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