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해서 지난 3월 12일(토) 제20차 촛불집회에 모인 연인원 천칠백만 촛불민심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실시되는 조기(早期) 보궐 대통령 선거다.

참으로 놀라운 국민의 힘을 보았다. 수십만 명, 백만 명, 2백만 명이 넘는 군중이 자발적으로 모였어도 불미스러운 일이나 불법적인 일이 하나도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한 뜨겁고도 민주적인 국민의 열망과 힘에 의해서 국회와 특검, 미흡하지만 검찰과 법원까지 밥과 증거에 의해서 민주주의를 살려냈다. 특히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도 있는 헌법재판소가 8명의 재판관 전원이 탄핵 인용(認容)을 결정한 것은 참으로 감동적인 판결이다. 이 모든 것이 깨어있는 우리 국민들의 의지와 행동의 결과물이다.

깨어있는 국민들의 무서운 힘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5월 4일과 5일 있었던 사전 투표에서 26.06%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총선에서 보여주었던 10% 내외의 사전투표율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런 높은 사전 투표율을 놓고도 각 후보 측은 자기 논에 물을 끌어 대는 아전인수(我田引水)적인 해석을 한다. 그러한 평가도 좋지만, 국민이 무섭다는 서실을 다시 가슴 깊이 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차에 걸치는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깨달음과 교훈을 얻었다. 촛불집회는 위대한 민주시민 교육장이었고, 국가와 정치, 사회와 우리네 삶을 성찰하고 온몸으로 절절하게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촛불집회의 의미와 규모, 민주적인 진행 과정과 놀라운 정치사회적인 성취는 노벨평화상으로 추천되어서 수상해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역사를 한 걸음 전진시킨 아름답고 위대한 세계적인 사건이다.

이번 대선은 국정농단 세력을 단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출발시키자는 국민의 선택이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양강 구도로 치러졌던 지난 대선과는 다르게 더블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의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의 5자 구도로 이번 선거가 치러진다. 나는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 세력으로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세력으로서 이번 대선에는 후보를 내지 안했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인간생활이나 투쟁적인 정치에서나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본이요, 인간과 세상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특히 홍준표 후보는 막말과 부정직성으로 자질 시비가 있다. 나는 선거 때만 되면 들고 나오는 종뷱 좌파 등 색깔론을 홍 후보가 또 다시 들고 나온 것에 분노한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펴낸 국방백서에 ‘북한 정부와 군대를 적’으로 보는 규정이 있을 뿐, ‘주적’이라는 용어도 없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주적이 누구냐?’고 두 번이나 다그치는 모습은 참으로 한심했다. 같은 동포인 북한에 대하여 적개심과 대결을 고취시키고 반공, 멸공을 외치던 군사독재 시대에나 써먹던 색깔론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기만하고 있다. 동포 형제요 평화통일의 파트너인 북한에 대하여 주적이라며 적개심을 고취시키고, 시도 때도 없이 태극기만 들고 다니고 애국가만 부르면 애국자고 자유민주주의자라는 시대착오적인 사고와 작태는 죄다 걷어치워야 한다. 그것은 똥오줌 못 가리는 행태요, 신성한 국기(國旗)에 대한 모독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헌법 질서를 배반하고 파괴한 죄목으로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당한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고서도 ‘홍준표를 찍어야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어처구니없는 대표 구호를 내거는 후안무치에 할 말을 잃는다. 국민 기만도 정도(程度)가 있어야 한다. 북한과 교류협력하면서 잘 지내야 한다고 하면 모두 종북 좌파이고 안보관이 위험하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안보관이 없거나 전쟁 상태를 조성하는 불안한 안보관의 폭로다. 여기에 속아서 좋아하고 표를 찍는 사람이 지금도 있다.

서민도 아닌 사람이 서민 대통령이라고 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한 세력을 대표하고 옹호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국민을 속여서는 안된다. 선거 때만 되면 국민들에게 가장 듣기 좋은 달콤한 말과 구호와 공약을 들고 나온다.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아픔, 분노를 안겨준 부패와 비리, 부도덕을 묻어버리고 색깔론이나 가족 문제로 프레임을 바꾸어서 국민들을 또 다시 속이는 행태를 용납해서는 안된다. 선택과 판단의 잣대는 지역과 이념, 세대가 아니다.

조직이 크든 작든 모름지기 지도자는 정직해야 한다. 지도자는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정의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여성과 노약자,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고, 하루하루 살기가 팍팍한 힘없는 서민들을 가슴으로 안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소 세계 4대 강국에 휘둘리지 않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하여 자주적이고 균형 잡힌 외교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민들이 더욱 깨어나고 더욱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