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메이커. 육상이나 수영 등 기록경기에서 다른 선수를 위해 속도를 조율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다른 선수가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을 가리킨다. 때문에 기록경기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장거리 부문 경기에서는 페이스 메이커가 없으면 기록단축은 더 이상 없다는 말까지 생길 정도다. 그 중에서도 마라톤은 특히 그렇다. 42.195km. 엄청난 거리다. 언뜻 보기에는 혼자 뛰는 것 같다. 고독한 경기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페이스 메이커와 함께 뛰는 것이다. 올림픽에서는 꽃 중의 꽃이다. 지금 5?9대선을 향해 각 후보들이 열심히 질주하고 있다. 이에 비례해 마타도어 등 부정적 선거운동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남지 않은 대선일 전까지 이런 말들을 증명할 수도 없다. 때문에 더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자. 대선후보 각자에게 수많은 페이스 메이커가 있다는 사실을. 그들의 경쟁후보마저도 페이스 메이커일수 있다는 것을. 사실 이들의 언행을 보면 참으로 속 들여다보이는 것들이 많다. 유치한 면도 그득하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왜 이리도 유치하고 저질스러울까. 이런 생각들을 수많은 국민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만은 모를까. 아니면 알면서도 아예 무시하는 건가. 그들만의 리그는 그러는 건가.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출마자 중에서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이기는 게임이기에 출마자 모두가 함량미달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투표를 해야만 한다. 차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기에. 이게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제발 지금부터라도 페어플레이 하길 바란다. 그래야 누구에게나 당당할 수 있다. 비록 지더라도. 하지만 비열한 경기를 한 사람은 언제까지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당대에서 뿐만 아니라 대대로 그 추한 모습은 이어진다. 역사를 직시해보라. 불의한 배신자. 간신모리배, 백성의 피를 빨아먹었던 흡혈귀 같은 인간들은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그 낙인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반면에 선한 의지로 정치를 하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 준 사람들은 오늘 날까지도 칭송을 받고 있다. 선한 의지의 표본을 말할 때 경주 최 부자 집을 빼놓을 수 없다. 최 부자는 신라 말의 유명한 최치원의 자손이다. 최치원은 당나라에서 문명을 날린 후 신라에 귀국해 계원필경을 쓴 사람이다. 그는 당시 득세했던 진골 귀족들을 비롯한 토족들의 사리사욕에 환멸을 느껴 관직을 버리고 은둔생활을 했다.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때의 썩어빠진 정치상황이 결국 신라를 망하게 한 것 아닌가. 오늘날의 상황과 뭐가 다를까. 하지만 훗날 그의 17세손인 최진립과 그의 아들 최동량이 집안의 기틀을 마련한 후 28세손인 최준에 이르기까지 10대에 걸쳐 약 300년 동안 만석꾼의 큰 부를 이뤘다. 최 부자집 후손들은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때 일신의 안위를 아끼지 않고 싸웠고 전사했다. 흉년 때는 대문을 활짝 열고 베풀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상해 임시정부에 자금을 지원한 독립운동가였다. 마지막에는 모든 재산을 다 바쳐 영남대학을 세웠다. 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다. 부를 이룬 것은 국민이라는 페이스 메이커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정신이 더 중요하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지금 대선후보 중에 이런 사람 혹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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