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은 게걸음인데 생활물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오르기만 한다.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갈수록 가벼워지고, 자고 일어나면 동네 음식점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다. 자동차를 세워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한지도 이미 오래다. 외식비를 아예 없애고 장바구니 값을 줄이고 또 줄이고 아예 이젠 줄일 곳이 없다. 그렇게 자고 나면 물가가 뛴다. 그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 그렇게 민생이 소리 없이 무너져가고 있다. 대표적인 자영업 분야인 한식 식당은 창업 2년 안에 30% 이상이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래방, 김밥, 분식집, 치킨가게 등 여타 자영업 부문에서도 과열 경쟁 탓에 창업 초기에 폐업하는 사례가 줄을 선다.

또한 이발소, 미장원, 세탁소, 목욕탕, 여관 등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자영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연간 매출이 300만원도 안된다고 한다. 임대료와 세금, 종업원월급,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파산일보직전에 처한 업체가 부지기수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자영업몰락’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하지만 가계소득이 뒷걸음질 치는데 생활 물가만 오르고 있어서 더 큰 문제다. 실질 국민 총 소득(GNI)은 지난해 2, 3분기 연속 0.4%씩 감소했다. GNI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9년만에 처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의 각종 사회통합지표에서 한국은 거의 전 분야 최하위권이다.

최근 10년간 국가 성장정체 이유를 산업경쟁력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OECD국가 통계의 의미다.

한편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의 30%를 넘는다. OECD통계 비교에 의하더라도 미국 등 타 국가의 2배 수준인 세계 최고의 자영업 비중이다. 이는 결코 자랑이 아니다. 한마디로 자영업의 공급 과잉시대를 일컫는다.

식당 절반이 3년 내 문을 닫는다고도 한다. 지금 이 나라는 평생을 일한 퇴직금을 자영업에 털어 넣고 마지막에는 카드빚까지 쓰다 급기야는 신용불량자로 몰락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가슴 아픈 사례들이 많다.

분명한 것은 이 정부 들어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게 경제정책의 혼선일 것이다.

인류 역사는 ‘물가폭등’을 견디는 정권은 없었다. 돌이켜보면 가격규제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유신정권은 1975년 ‘물가안정법’이란 걸 만들었다. 쌀, 보리쌀, 연탄, 비료가격의 통계뿐만 아니라 서비스 요금까지 규제하는 강력한 물가 단속법이었다.

그랬는데도 1, 2차 석유파동을 겪은 70년대 평균 물가상승률은 두 자릿수였다. 당시 정부도 물가를 성장의 희생양으로 삼았다가 탈이 나자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압박 대책을 반복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휘두른 칼날에도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환상이었다. 뒤죽박죽 정책으로 소리만 요란해서는 물가 안정은 어림없다는 게 지금껏 경험한 교훈이다. 혹자는 물가상승률은 낮다고도 한다. 하지만 서민물가는 ‘고공행진’이다.

최근 통계청이 말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1.3%올랐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품목별로 뜯어보면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률은 10%를 넘어가는 등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지금의 체감물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른다.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 서민들의 체감물가가 높아진 주된 이유는 물론 불황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대기업들이 움츠려 들면서 일자리까지 줄어들고 있다. 또 초유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가구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진 것도 문제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경기 회복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민생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장바구니속의 ‘한숨’소리를 가슴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이다. 이제부터라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기필코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정부는 대선과 국정 혼란을 틈탄 가격인상 시도는 처음부터 차단해야 한다. ‘물가폭등’견디는 정권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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