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사회는 변혁과 격동의 계절이다. 변화와 격변, 혁명의 세월 속에 있다.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어 구속 영장이 발부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놀라운 역사가 진행 중에 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어 죄인이 되어 감옥에 갇히는 일이 국격(國格) 손상이니 대외 신인도(信認度) 추락이라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법 앞에 만인 평등’은 헌법과 법률의 대원칙이다. 또한 인간 사회와 국민 정의의 보편타당한 원칙이요 상식이다. 돈이 있으면 무죄요, 돈이 없으면 유죄라는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가 우리 사회를 풍미(風靡)하고 있다. 여기에 권력이 있으면 무죄요 권력이 없으면 유죄라는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까지 우리 사회를 짓누른다면, 돈도 빽도 없는 대다수 서민들은 좌절과 무력감과 절망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수감은 대한민국이 명실(名實)이 상부(相符)한 민주주의 국가요, 정의가 살아있는 법치주의 국가임을 전 세계 만방에 선포한 혁명적인 조치이다. 국민 80% 이상의 절대적인 지지와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부패와 무능, 무책임한 정권의 청산(淸算)이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수천년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 온 우리 배달겨레의 무서운 저력(底力)과 놀라운 능력이라고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폐쇄와 불통, 부패와 불의의 시대에 종언(終焉)을 고하고 한없는 민중이 그토록 목마르게 갈망하고 싸워온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출발선에 서 있다. 자유와 정의가 들꽃처럼 피어나고, 평화와 복지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새로운 세상은 공짜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의 준엄한 교훈이다. 민중의 피와 눈물 없이는 참 민주와 정의의 새 세상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 세상에는 공교로운 일이 많다. 3년 전, 2014년 4월 16일, 303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안고 침몰했던 세월호가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당하자 3월 25일 바다 위로 완전히 올라 왔다. 세월호 인양과 진상 규명을 유가족과 전 국민이 그토록 간절히 열망했지만, 세월호는 3년 만에 인양되었다. 3년 동안, 세월호 인양을 안했는지, 못했는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더욱 공교로운 일은 세월호가 유인되어 목포 신항으로 들어와서 안착된 3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이 집행되어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세월호의 목포 신항 안착과 박대통령의 서울구치소 수감, 참으로 공교로운 일치였다.

이제 진정한 국민주권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과제들을 하나씩 전 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서 풀어나가야 한다. 세월호의 완전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대통령 선출, 사드 배치, 위안부와 독도, 경제 사회적 양극화, 남북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한 대응 등 우리 국가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처럼 쌓여 있다.

대통령 한 번 잘못 뽑아놓으면 우리 국가 사회가 얼마나 혼란과 대립에 빠져서 흔들리고 우리 국민은 얼마나 힘들고 지치게 되는가. 선거 때 하는 말이 아니라, 살아온 삶과 정책, 비전을 보고 대통령을 잘 뽑는 것이 국가 사회를 살리는 최선의 길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