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금)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 8인 재판관 전원 일치로 우리나라 헌정사상 초유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했다. 국민 80%의 탄핵 찬성에 호응하는 결정이었다. ‘진실을 숨기고 부정하고 비난하는 피청구인(박근혜)의 언행은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 피청구인을 탄핵함으로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기에 피청구인 박근혜를 탄핵한다’고 판결했다.

3월 13일 퇴임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탄핵 심판 당일 머리에 헤어롤 두 개를 꽂은 채 출근하여 국민들의 시선과 사랑을 받았다. AP통신은 이정미 소장 대행의 헤어롤을 두고 ‘일하는 한국 여성의 상징’이라고 극찬했다. 일에 열중한 여성의 성실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 대행은 퇴임사에서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스러우나 오래 오래 이익이 된다(法之爲道 前苦而長利)’는 중국 고전 ‘한비자(韓非子)’를 인용하여 다시 한 번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이 소장 대행은 탄핵 반대 극렬세력에 의한 살해 위협까지 받고 있어서 퇴임 후에도 경찰의 근접 경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있다.

탄핵 반대 세력들은 테블릿PC도 최순실 것이 아니고 조작이다, 국회의 탄핵 소추안(訴追案) 의결도 사실 조사를 안 해서 위헌이다, 헌법재판소도 9인 재판관이 아닌 8인 재판관의 결정은 무효다고 너무나 터무니없는 억지와 거짓을 주장하며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을 선동해 왔다. 테블릿PC는 모듀 최순실 것이고, 국회 탄핵소추안 조사는 국회의 자율사항이며 법무부의 해석도 합법이라고 밝혔으며, 헌재법 제23조(심판 정족수) 제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헌재 심판 당일에는 탄핵 인용이 된 후에 헌재 앞에 모여 있는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 군중들에게 주최자들이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고 ‘헌재로 진격’을 반복해서 외쳤다. 이성을 잃은 흥분된 사람이 경찰 차량을 운전하여 무단으로 돌진해서 3명의 사망자가 생기고 경찰 등 20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일부 친박 국회의원들과 일부 변호사, 태극기 집회 주도자들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서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애국과 비(非)애국으로 갈라서 배타심과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극단적인 막말과 선동을 지금 이 시간까지 계속하고 있다. 폭력 시위는 민주주의의 공적(公敵)이다.

탄핵 3일만인 12일(일) 저녁 7시경에 삼성동 사저(私邸)로 퇴거한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사실상의 탄핵 선고 불복을 담은 네 문장의 메시지를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빌려서 밝혔다. 2004년 10월 노태우 대통령 당시에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방침이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자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고 목청을 높혔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헌재 탄핵 결정문대로 끝까지 국민을 배반하고 헌법 도전과 체제 부정을 계속할 것인지, 국민들은 깨어있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촛불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와 정의를 쟁취한 한국민들의 위대한 성취’라고 외신들도 평가했다. 그러나 안심해서는 안된다. 1960년 4월 학생민주혁명, 1987년 6월 시민혁명에서도 민중은 피를 흘리며 승리했으나 민주주의를 완성하지 못하고 민주정부를 쟁취하지 못했다. 반동의 기회를 엿보던 돈과 힘을 갖고 있는 기득권 세력에게 반격당하여 중도에서 좌절당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악(惡)의 세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촛불 민주세력이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으면 안된다.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한 광장민주주의는 위대했다. 평화적인 촛불혁명, 시민혁명의 결과물을 국회와 제도로서 잘 담아내야 한다.

성(城)을 공격하여 함락시키는 공성(攻城)도 어렵지만 성을 지키는 수성(守城)은 더욱 어렵다는 옛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념이나 지역, 세대나 계층의 싸움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고, 정의와 불의, 거짓과 진실, 불법과 합법의 싸움이다. 탄핵을 잘했다는 여론은 92%, 잘못했다는 여론은 4%다. 촛불집회가 종북세력이라면 국민의 90%가 종북이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종북이니 좌파라고 색깔론으로 모는 것은 60년대, 70년대 군사독재 시대의 시대착오적인 망국병이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 그룹인 변호사가 정신상태가 온전한 사람들인지 의심되는 탄핵 심판의 대통령 측 변호사들도 있었다.

지난 3월 11일(토), 마지막 촛불집회인 20차 촛불집회까지 나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보고 듣고 느낀 소감은 따로 적고자 한다. 이제 정권 교체를 해서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대통령 한 번 잘못 뽑아 놓으니 마지막까지 얼마나 국민들이 고통과 갈등과 대립으로 에너지를 허비하고 힘이 드는가. 사탕발림 공약이나 정치 쇼에 속지 말고, 그 사람의 살아온 삶과 철학, 정책을 두 눈 부릅뜨고 살피고 따져 보고 찍어야 한다. 이제 거짓말에도 학습이 많이 되고 거짓 쇼도 많이 보아서 우리 국민들 눈도 많이 세련되고 귀도 많이 밝아졌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끝까지 행동으로 경계하고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