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를 두고 두 강대국 중국과 미국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이유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당하고 있는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이다. 국내 여론과 정당, 대선 후보들까지 사드 배치와 반대, 다음 정권에서의 논의로 갈라져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는 데에 유효하다는 사드의 필요성과 성능도 국민들은 정확히 잘 모른다.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정부는 조기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3월 6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로 명명된 박영수 특검팀은 90일간의 수사기간을 마감하고 수서결과를 발표했다. 수사시간 연장을 건의했으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했다. 국정농단 혐의 사건은 많은데 수사기간은 짧고 주요 수사 대상자의 비협조로 절반을 조사했다고 박영수 특별검사가 직접 발표했다. 뜨거운 열정과 일관된 투지로 수사해온 박영수 특검팀에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 433억 원 뇌물 수수와 블랙리스트 공범이고, 2016년 4월부터 10월까지 차명폰으로 573회, 최순실이 독일로 도망가 있을 때는 127회 최순실과 통화했다. 하루 평균 3회 통화했다. 최순실 일가 재산이 2730억 원이 되는데, 해외 재산과 은익 재산은 손도 못댄 상태다. 박 대통령과 우병우, 다른 재벌들의 뇌물 수수 혐의와 최순실의 재산 형성의 불법 사실은 밝히지 못한 채 검찰로 공을 넘겼다. 수많은 다른 비리에 대한 수사는 정권 교체가 되고 나서 제대로 밝힐 수밖에 없다.

특검의 발표를 두고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려고 늦게 한 것이 아니냐는 등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비난했다. 친박 의원들을 포함하여 234명의 국회의원들이 의결하여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을 야당이 추천했다고 하여 ‘특검은 태생적 위헌’이라는 까탈(트집)을 잡았다.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憲裁) 심판정에서 강일원 주심 재판관에게 ‘국회 측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막말을 했다. ‘국회가 야쿠자냐’ ‘탄핵이 인용되면 시가전이 벌어지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다’ ‘재판관 8명의 심판은 위헌이고 복종하면 조선시대 노예다’ ‘헌재 결과에 승복하면 북한 인민일 것’ 등 헌재 심판 불복 막말까지 해서 대한변협이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에 태극기를 들고 연단에 올라가서 궤변(詭辯)으로 더 과격한 선동적인 발언을 여러 번 했다. 같은 취지로 주요 일간지에 신문 광고까지 냈다. 그는 ‘무녀도(巫女圖)’ ‘을화’ ‘등신불’로 유명한 소설가 김동리(金東里)의 아들이다.

김 변호사는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영수 특검팀을 향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건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막말을 이어갔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해선 "복면을 쓰고 나타나 붉은 기를 흔드는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비방했다. 그는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판사를 거처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까지 역임한 엘리트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김평우 변호사 등 법조(法曹) 출신들을 보면서 ‘인간이 저럴 수도 있구나’ 하고 나는 탄식을 했다. 그들은 지식이 중요하지 않고 ‘인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전 국민에게 반면(反面) 교사로서 가르쳐 주었다.

헌법재판소는 3월 10일 심판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국민이 약 80%이고 반대는 약 20%디.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4%다.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여론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의견과 선택과 정서가 담긴 여론을 무시하고 국가 사회를 운영할 수는 없다. 헌법과 법률, 증거에 의해서 증명되고 진행되어온 국회 소추 결의와 특검, 헌법재판소 심판의 법적 정당성과 절차를 모두 위헌이라고 부정하는 억지와 궤변을 늘어놓는 국정농단 세력과 부역자(附逆者)들은 국민과 역사로부터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헌재 심판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혐의 사실이 수사가 중간에서 멈춘 지금까지만 해도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많다. 그런 공범들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서 죄가 없다고 해 버리면 국민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엄청난 혼란과 갈등이 벌어질 것이다. 해방 후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 오늘의 불행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거짓과 불법과 불의를 처벌하지 않고 용서니, 통합이니, 연정(聯政)이니 하면서 유야무야 지나가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살아 있는 선진 국가는 될 수가 없다.

검찰과 법원은 오직 법과 증거에 의하여 자유와 평등, 정의를 지키고 살리는 것이 존재이유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최후의 수호자요 정의의 실현자다. 탄핵 이후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직 법과 증거에 의해서 판단하면 된다. 헌재는 불의한 자를 처벌하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만천하에 당당하게 선언해야 한다. 불의한 자들의 반격과 반동에 의해서 정의가 꺾어지고 희생되는 역사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잠시 불의에게 기습당한 정의는 반드시 역사 속에서 푸른빛으로 부활한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역사는 진보해 왔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