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특검정국, 탄핵정국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 인용(認容)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 정국으로 대권 후보들이 대선 선거공약을 발표하고 전국 민생 투어를 하고 캠프를 차리는 등 사실상의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와 가장 긴밀한 동맹국가인 미국 대선은 백인 주류사회 출신이 아닌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어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격동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 (약칭 박영수 특검)팀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국민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고 있다. 삼성그룹의 사실 상의 총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하면서 ‘경제 보다는 정의가 더 더욱 중요하다’고 청구 이유를 밝힌 이규철 특검보(대변인)의 말은 촛불 민심과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사이다 발언이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담당 조의연 부장판사에 의하여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었다.

삼성그룹은 2016년 4월 1일 현재 총 자산 348조, 연 매출 300조(우리나라 2016년 정부 예산 386조, 2017년 정부 예산 407조), 연 순이익은 30조원, 59개 계열사 임직원 42만 5천명의 글로벌 초인류 기업이다. 외국에 나가보면 지금도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을 모르는 외국인은 드물다.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긍지와 품격을 드높이고 있는 참으로 대단한 기업이다. 우리 국가와 민족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삼성 같은 그룹이 열 개 정도 있으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이다. 삼성그룹의 성장과정에서의 많은 정경 유착(政經 癒着)과 특혜는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다. 이번 전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받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이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법원 공판과 박영수 특별 검사팀의 수사, 국회 탄핵 소추안의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등에서 관련자의 진술과 통화 녹취록, 업무 수첩과 태블릿PC 등 물적 증거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죄와 회사 공금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중) 등의 혐의가 적용되었다.

특검팀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증거를 보완하여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의 혐의로 법률 미꾸라지라고 불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했다. 또한 정유라 이회여대 부정입학과 학사관리의 비리 혐의로 김경숙 학장과 남궁곤 입학처장 등 4명의 교수들을 구속하고 최경희 이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직권 남용과 청와대 공문서를 최순실에게 유출하는 등의 혐의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비서관 등을 구속 수사하고 있다.

촛불 민심, 광장 민심을 받들어서 국회와 정당에서는 조기에 실시될 예정인 대통령 선거에 관련된 공약 개발과 선거 연령 18세 인하, 대통령제를 고치자는 개헌과 대선 후보들의 연대, 정당 혁신 등으로 수렴하고 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도 법과 원칙에 따라서 성실하게 심판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박영수 특검팀은 예상과 달리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돈이 있으면 무죄가 되고 돈이 없으면 유죄가 된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사회 통념을 깨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각되자 이에 굴복하지 않고 증거를 보강하여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특검팀에게 무한한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특검은 대통령 대면(對面) 조사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300명 내지 500명의 변호사가 포진되어 있는 막강한 거대 조직이다. 삼성의 능력과 인맥, 정보력과 파워는 가공(可恐)할 정도다. 그러한 삼성과 싸우는 특검팀은 거인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 같이 용기와 지혜가 없이는 게임이 안 된다. 더구나 특검은 정부가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상황도 아니고 궁극적으로 대통령까지 정조준한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특검이 믿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은 오직 법과 정의, 국민의 힘이다.

민주주의는 쉽게 말하면 국민이 주인이라는 뜻이다. 대의(代議)정치이고, 대의정치는 정당정치이다. 정당정치는 책임정치이다. 또한 민주주의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가 만든 법률에 의하여 운영하는 법치주의이다. 행정부는 법률을 집행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이 심판한다. 같은 법룰 조항에 대하여 판사 개인의 지식과 견해,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서 해석과 판결이 달라질 수도 있다. 법관도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원초적 한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러한 한계와 오판(誤判)을 바로 잡기 위하여 중요한 사건은 판사 세 명이 하는 합의부에서 재판을 히고, 대법원까지 가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언론과 국회, 검찰과 특검,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모처럼 호흡을 맞추어서 국민의 법 상식과 정서, 여론을 잘 받들고 있다. 테블릿PC 조작, 계엄령 선포, 국회 해산, 특검 해산 등을 외치는 일부 치우친 사람들과 친박 국회의원들, 박사모(박근혜를 사모하는 사람들)과 조의연 판사 같은 사람도 있지만, 박영수 특검팀 같은 용기있고 정의로운 사람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 ‘자유롭고 정의로운 새 세상’을 갈구(渴求)하는 민중의 수천 년 간절하고 피 맺힌 염원은 마침내 이루어질 것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