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더’의 오바마와 ‘빨리 내려 와’의 박근혜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7. 01. 17(화) 16:55
지금 우리 사회는 시작도, 넓이도, 깊이도, 끝도 알 수 없는 미증유(未曾有)의 국정농단(弄斷) 사태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날이 새고 날이 지고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고단하고 팍팍한 서민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삼키며 견디느라고 더욱 힘들기만 하다. 탄핵 심판에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태고자 강추위의 한 겨울 밤바람을 맞으면서도 어린 아이와 가족을 동행하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속으로 울컥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1월 14일(토). 12차 촛불집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해 온 견문과 소감은 다음 기회에 쓰고자 한다.
나라가 온통 최순실 이야기로 뒤덮힌 가운데,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오후 8시 50분, 열흘 후에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Barack Obama, Barack Hussein Obama II) 대통령은 워싱턴을 떠나서 자신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의 컨벤션 센터인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고별 연설을 했다. 2008년 11월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어 2009년 1월 미합중국 44대 대통령이 되고, 2012년 11월 45대 대통령으로 재선되어서 3선을 금지한 헌법규정으로 마지막 고별 연설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상이 아프리카 흑인 노예로서 미국에 팔려 와서 미국의 가장 큰 약점인 인종차별에 좌절하고 절망하고, 인도네시아 이슬람(회교) 신자 아버지와 기독교 신자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혼혈아로 태어나서 갖은 수모와 차별 속에서 마약도 복용하면서 방황하는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인종적으로는 흑인과 백인, 종교적으로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정체성의 극한적 혼란과 고통은 오바마를 혹독하게 단련시켜서 오바마의 영혼을 아름답고 빛나게 빚어냈다고 믿는다.
나는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그의 위대한 인간승리에 감동하여 그의 대통령 당선과 재선 때 신문 칼럼을 썼다. 나는 칼럼에서 오바마 개인의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위대함도 있지만, 백인이 83.5%(순수 백인 77%, 히스패닉계 6.4%), 흑인 12.4%, 아시아계 3.3%, 본토 원주민 인디안 0.8%인 백인 주류사회에서 비주류 소수 흑인을 대통령으로 두 번씩이나 선출한 美 국민들도 참으로 위대하다고 경탄한 바 있다. 이제 그의 고별 연설을 보고 다시 존경과 감동의 칼럼을 쓰고 있다.
‘4년 더(Four more years)’를 외치며 이제 앉으시라는 말을 안 듣자 오바마는 ‘이제 내 말을 안 듣는 것을 보니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이 온 것 같다’고 유머까지 했다. 50분 연설에 70번 기립 박수를 보내는 광경은 참으로 장엄한 합창이요, 아름다운 축복이다. 우리 인류한 성취한 수많은 위대한 역사의 한 장면을 보여 주었다.
그는 ‘민주주의의 역사는 항상 어려웠다. 때론 피를 흘리고 두 걸음 앞으로 나간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를 포용하는 것으로 진보해 왔다. 우리는 직면한 도전을 더 강하게 헤쳐 나갔다. 이 나라를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 사분오열된 미국 사회를 통합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희망과 변화, 시민 참여로 더욱 무장하라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 화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겨냥한 듯 ‘민주주의 지키기’였다. 그는 ‘행동하는 시민’, ‘참여하는 시민’을 민주주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득 불평등 개선이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토대라며, ‘우리가 이룩한 진보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재임 기간의 부족함도 인정했다. 그는 ‘첨예한 소득 불평등은 민주주의 원칙을 잠식한다’며 ‘상위 1%가 엄청난 부와 소득을 보유하고 있고, 너무 많은 가족들이 뒤처져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연설에 대하여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갈라진 미국의 다리가 되려고 했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의 연설은 민주주의에 대한 놀라운 헌사(獻辭)였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그의 마지막 연설은 민주주의를 위한 기도였다’고 하면서 ‘우리도 박수 받으면서 떠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고 사설을 썼다. 박근혜 대통령은 5년 임기도 못 채우고 갖가지 비리와 부패 혐의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공범이 되어 있다. 검찰 기소로 법원 재판, 특별 검사 수사,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청문회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을 거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정 수행을 잘못한다는 90%, 잘 한다는 10% 내외 지지를 받으면서도 거짓과 오기(傲氣)로 조직적인 반격과 반동(反動)을 도모하고 있다.
트럼프는 44% 지지를 받으면서 취임하는데, 8년을 마무리하면서 지지율 55%를 받으면서 떠나는 오바마는 인간적인 매력도 넘친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아내 미셸을 소개할 때는 10여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그는 미셸에 대해 ‘원하지도 스스로 만든 것도 아닌 역할을 25년간 우아하고 고상하게, 그리고 훌륭한 유머를 갖고서 해주었다’고 말했다. 미셸은 어색함을 감추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거나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8년 동지’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는 ‘나의 큰 형님’으로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그가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해냈다(Yes We Did).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며 연설을 마치자, 2만여 명의 남녀, 흑백 참석자들은 대통령을 따라 이 대선 구호를 소리치며 기립박수를 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것은 2008년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오바마 신화’를 만든 옛 대선 구호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나라가 온통 최순실 이야기로 뒤덮힌 가운데,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오후 8시 50분, 열흘 후에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Barack Obama, Barack Hussein Obama II) 대통령은 워싱턴을 떠나서 자신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의 컨벤션 센터인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고별 연설을 했다. 2008년 11월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어 2009년 1월 미합중국 44대 대통령이 되고, 2012년 11월 45대 대통령으로 재선되어서 3선을 금지한 헌법규정으로 마지막 고별 연설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상이 아프리카 흑인 노예로서 미국에 팔려 와서 미국의 가장 큰 약점인 인종차별에 좌절하고 절망하고, 인도네시아 이슬람(회교) 신자 아버지와 기독교 신자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혼혈아로 태어나서 갖은 수모와 차별 속에서 마약도 복용하면서 방황하는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인종적으로는 흑인과 백인, 종교적으로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정체성의 극한적 혼란과 고통은 오바마를 혹독하게 단련시켜서 오바마의 영혼을 아름답고 빛나게 빚어냈다고 믿는다.
나는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그의 위대한 인간승리에 감동하여 그의 대통령 당선과 재선 때 신문 칼럼을 썼다. 나는 칼럼에서 오바마 개인의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위대함도 있지만, 백인이 83.5%(순수 백인 77%, 히스패닉계 6.4%), 흑인 12.4%, 아시아계 3.3%, 본토 원주민 인디안 0.8%인 백인 주류사회에서 비주류 소수 흑인을 대통령으로 두 번씩이나 선출한 美 국민들도 참으로 위대하다고 경탄한 바 있다. 이제 그의 고별 연설을 보고 다시 존경과 감동의 칼럼을 쓰고 있다.
‘4년 더(Four more years)’를 외치며 이제 앉으시라는 말을 안 듣자 오바마는 ‘이제 내 말을 안 듣는 것을 보니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이 온 것 같다’고 유머까지 했다. 50분 연설에 70번 기립 박수를 보내는 광경은 참으로 장엄한 합창이요, 아름다운 축복이다. 우리 인류한 성취한 수많은 위대한 역사의 한 장면을 보여 주었다.
그는 ‘민주주의의 역사는 항상 어려웠다. 때론 피를 흘리고 두 걸음 앞으로 나간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를 포용하는 것으로 진보해 왔다. 우리는 직면한 도전을 더 강하게 헤쳐 나갔다. 이 나라를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 사분오열된 미국 사회를 통합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희망과 변화, 시민 참여로 더욱 무장하라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 화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겨냥한 듯 ‘민주주의 지키기’였다. 그는 ‘행동하는 시민’, ‘참여하는 시민’을 민주주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득 불평등 개선이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토대라며, ‘우리가 이룩한 진보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재임 기간의 부족함도 인정했다. 그는 ‘첨예한 소득 불평등은 민주주의 원칙을 잠식한다’며 ‘상위 1%가 엄청난 부와 소득을 보유하고 있고, 너무 많은 가족들이 뒤처져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연설에 대하여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갈라진 미국의 다리가 되려고 했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의 연설은 민주주의에 대한 놀라운 헌사(獻辭)였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그의 마지막 연설은 민주주의를 위한 기도였다’고 하면서 ‘우리도 박수 받으면서 떠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고 사설을 썼다. 박근혜 대통령은 5년 임기도 못 채우고 갖가지 비리와 부패 혐의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공범이 되어 있다. 검찰 기소로 법원 재판, 특별 검사 수사,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청문회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을 거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정 수행을 잘못한다는 90%, 잘 한다는 10% 내외 지지를 받으면서도 거짓과 오기(傲氣)로 조직적인 반격과 반동(反動)을 도모하고 있다.
트럼프는 44% 지지를 받으면서 취임하는데, 8년을 마무리하면서 지지율 55%를 받으면서 떠나는 오바마는 인간적인 매력도 넘친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아내 미셸을 소개할 때는 10여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그는 미셸에 대해 ‘원하지도 스스로 만든 것도 아닌 역할을 25년간 우아하고 고상하게, 그리고 훌륭한 유머를 갖고서 해주었다’고 말했다. 미셸은 어색함을 감추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거나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8년 동지’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는 ‘나의 큰 형님’으로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그가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해냈다(Yes We Did).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며 연설을 마치자, 2만여 명의 남녀, 흑백 참석자들은 대통령을 따라 이 대선 구호를 소리치며 기립박수를 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것은 2008년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오바마 신화’를 만든 옛 대선 구호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