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1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뛰는 금리와 이자부담, 한치 앞이 안 보이는 국정불안에 장바구니 물가까지 치솟고 있어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 오르기만 한다. 그래서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은 한숨부터 나온다.

지난해 가을 태풍과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 등으로 새해 들어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유가도 상승세여서 앞으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바구니 속에서 한숨소리 터져 나온다” “장보기가 무섭다” 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신선식품과 기름 값 같은 생활물가가 일제히 치솟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1월 각각 1000원, 1200원이던 양배추와 무값은 현재 3580원, 2980원으로 상승했다. 30개들이 계란 한판이 1만원을 훌쩍 넘긴 곳이 많아졌다. 빙과·음료·주방세제·건전지 가격도 1년 새 평균10% 넘게 올랐다. 전국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평균 1500원에 다가섰고 서울은 이미 1600원을 돌파했다.

공공요금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공병 보증금 인상으로 소주, 맥주 값도 덩달아 병당 80원씩 높아졌다. “소비자 물가는 여전히 1%대”라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하기만 하다. 물가가 좀 올라도 소득이 그 이상 늘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지금 서민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비명·한숨·아우성뿐이니 할말을 잃는다. 우리 주변에는 최저생계비 이하에서 허덕이는 사람들, 신용불량자, 청년백수, 노숙자 등 우울한 숫자 행렬이 한참 이어지기도 한다.

정말 대통령 한 사람 잘못 뽑아 생긴 일이다. 우리가 어쩌다 지지리도 지도자 복 없는 국민이 되었을까. 세상이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 할수록 믿고 의지할 지도자가 절실한 법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물가안정에 둬야 한다. 분명 성장에서 안정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해야 물가 대란을 피할 수 있다. 서민경제 물가안정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물가관리는 보이지 않는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인한 ‘달걀파동’에서 보듯 선제적 대응은커녕 수습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을 늦추거나 원자재 관세를 낮춰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는 노력도 부족하다. 민생이 국정 최우선 과제의 하나라고 거듭 강조해 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말이 무색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주’ 소주 값도 올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술의 별칭 가운데 망우물(忘憂物)이라는 별칭이 있다. 문자 그대로 근심걱정을 잊게 해 준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기뻐서 한 잔, 슬퍼서 한 잔, 술꾼들이야 한 잔 하기 위해 어떤 이유라도 붙일 터이지만 한 잔 술에 근심 걱정을 씻어낼 때보다 술이 소중한 때도 없을 것이다. 또 서민경제는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판국이 아니던가.

그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그런대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소주 값마저 올렸다. 그렇게 자고나면 물가가 뛴다. 그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 그렇게 민생이 소리 없이 무너져 가고 있다. 대표적인 자영업 분야인 한식 식당 100개 가운데 56개꼴로 창업 2년 안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래방, 김밥·분식집, 치킨가게 등 여타 자영업 부문에서도 과열 경쟁 탓에 창업 초기에 폐업하는 사례가 줄을 선다. 또한 이발소, 미장원, 세탁소, 목욕탕, 여관 등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자영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연간 매출이 200만원도 안된다고 한다.

임대료와 세금, 종업원 월급,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파산 일보직전에 처한 업체가 부지기수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자영업몰락’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설 명절이 곧 다가온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물가관리에 나서야 한다. ‘물가폭등’ 견디는 정권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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