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는 60간지(육십갑자)가운데 34번째에 해당하는 정유년(丁酉年)이다. 정유년의 ‘정(丁)’은 십간 가운데서도 불의 기운을 상징하는 붉을 색을 ‘유(酉)’는 닭을 뜻한다. 따라서 정유년을 ‘붉은 닭의 해’라고 부른다. 12지 가운데 10번째 동물인 닭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울음소리가 새아침과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닭의 울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도래할 빛의 출연을 알리며 만물과 영혼을 깨우는 희망과 개벽을 의미한다.

또한 정유년의 ‘붉다’는 것은 중의적인 의미로 ‘밝다’ 혹은 ‘총명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정유년을 ‘총명한 닭의 해’로 풀이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무속 신앙에서는 닭은 음기와 액운을 쫓고 양기를 집에 머물게 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과거에는 닭의 그림을 세화(새해에 그리는 그림)로 그려 대문 등에 붙여두고 귀신을 쫓고 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역사속의 정유년에는 바로 정유재란(1597년)이다. 정유재란은 1597년 8월, 일본군과의 임진왜란 정전회담이 결렬되며 일본이 조선을 다시 침략한 사건을 말한다. 초기에는 일본군의 거센 공세가 이루어졌지만 이순신 장군이 명랑해전에서 일본 수군을 대파시키자 보급선이 끊길 것을 우려한 일본군은 직산을 끝으로 더는 진격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유재란은 다음해인 1598년까지 계속되다가 그로부터 300년이 흐른 뒤인 1897년에는 대한제국이 선포되었다.

어쨌든 지난해를 돌아다보면 국정농단의 위기 속에서도 임기응변을 발휘해 잘 헤쳐 나가는 원숭이처럼,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온 국민이 힘을 똘똘 뭉쳐 슬기롭게 이겨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정국은 아직도 어수선하지만 이제 우리는 촛불민심과 촛불혁명의 요원한 불길처럼 정유년 새해는 우리 사회가 극심했던 갈등을 넘어 좀 더 통합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에는 온통 갈라서고 등 돌리고,벽 쌓고 그러지 않았던가. 딱히 맞는 말은 아니지만 연초의 풍자대로 지난해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주변 몇몇 사람들의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하고 온 나라가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12월 들어 주말마다 시위로 물결을 이뤘다.

지난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있었던 모든 불행한 일들이 정유년 닭의 해에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모두가 격려 해주는 그런 해가 되었으면 한다. 어느 ‘송년 덕담(德談)뽑기’ 행사에서 새해 덕담으로 ‘행복하세요’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행복’ 그것은 인류가 이 세상에 존재한 이후로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 온 최고의 가치일 것이다. ‘행복’흔히 말하듯 무지개나 파랑새처럼 보기 좋아 따라가 보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게 또한 행복이다. 그래서 지금도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복학 강의가 최고 인기 강의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고 불안하기만한 시절에 설을 맞아야 한다. 우리나라 전래의 미풍양속에는 새해가 되면 서로 상대방이 잘 되기를 비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다. 그리고 흐뭇한 풍속이 아닐 수 없다. 진실에서 우러나오는 덕담의 자세로 새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2017년 닭의 해에는 우리의 붉은 토종 장닭 같이 지도자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세웠으면 한다. 2016년에 있었던 진영 간 갈등이나 노소간 갈등, 지역 간 갈등들을 깔끔이 정리하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국가와 민족의 먼 미래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하였으면 한다. 정유년 새해는 제발 분쟁과 갈등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희망찬 새해, 총명한 새해를 뜻하는 정유년, 어둠을 깨우고 빛을 부르는 닭의 해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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