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없는 세상은 영원한 꿈인가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7. 01. 03(화) 17:10
붉은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 새해 새날이 동터왔다. 헌 것을 버리고 새 것을 희망하고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불변의 본성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이름에도 ‘새’ 자를 넣기를 좋아한다. 국민의 정서에 가장 민감한 정당 이름도 새천년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새누리당, 신(新)민주공화당, 신민당 등 이루 다 열거할 수가 없다.
시간의 흐름은 늦거나 빠르지도 않고 구별도 없는데, 인간은 달력을 만들고 년말과 년초를 구별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시작의 의식을 치루고 있다. 새로운 일 년을 시작하는 새해를 맞는 감회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꿈꾸어 보고 계획을 세워 보는 시간이다. 인간은 모두가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이기에 지나간 시간과 일들을 되돌아보면 아쉬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다.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좀 더 잘 할 수 있을 걸 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나도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면 회한(悔恨)이 가슴을 친다. 게으르고 불성실했던 일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지나간다. 좀 더 너그럽지 못 하고 좀 더 남을 배려하지 못한 시간들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아직도 인간적으로 미숙하고 이기적이며 시야가 좁은 자신을 바라보며 탄식을 토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 날까지 미완(未完)의 존재로서 완전과 완성을 향하여 구도자(求道者)로 힘들게 걸어가는 과정적인 존재인지 모른다. 누구나 고단하고 팍팍한 삶, 녹록치 않은 삶을 숙명처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대선에서 미국 사회에서 주변인, 비주류인 트럼프 후보가 ‘앵그리 화이트(화난 백인)’의 지지로 예상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북핵, 사드배치 문제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경쟁과 패권을 다투고 있다. 여기에 일본 아베 수상의 군국주의적 팽창정책까지 얽혀서 한반도는 혼돈과 불확실성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해 우리사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하는 연 인원 천만 명이 참석한 10차까지 이어지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국회에서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결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개시되었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해되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 열린 국회조사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가 6차까지 열렸다.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는 조사받는 상황이 일반 국민들이 알 수 없는 조사실에서 이루어지지만,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회특조위 청문회는 사건의 성격과 증인들의 진술, 국회 특조위원들의 질의 등을 통하여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공부하지 않고 단선적이고 피상적인 질문만 하거나 청문회 증인과 짜고 치는 위증 혐의 이완영 의원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새누리당 장제원, 황영철, 하태경, 더블어민주당 박영선, 안민석 의원, 국민의 당 김경징 의원 등 청문회 스타 국회의원도 나왔다. 누리꾼과 시민들의 즉석 제보로 법률미꾸라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처음으로 최순실을 알고 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검찰과 특검,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소감은 ‘권력의 상층부와 사회 지도층을 차지한 사람들의 도덕성 마비’였다. 너무나도 뻔한 거짓말을 저렇게 뻔뻔스럽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들어하는 대다수 힘없는 서민들은 얼마나 좌절하고 상처받고 절망하였을까.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자기가 만약 청문회에 나갔더라면 너무나 후안무치한 김기춘 실장의 따귀를 때릴 것 같아서 청문회에 증인으로 못 나갔다고 말하고 있다. 청문회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사건 내용과 증인들의 거짓말에 충격과 울화병이 도져서 홧술을 많이 마신다고 한다. 다른 소비는 위축되었는데 소주와 막걸리 등 술 소비만 늘었다고 한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 해서 좋은 학교 가고 사법시험도 합격하고 장가도 잘가 출세한 지도층 인사들의 부패와 거짓은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10차에 걸쳐서 연 인원 천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평화적인 시위와 촛불집회를 진행한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없었고 동서고금을 통해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진실 되고 깨끗한 세상, 차별 없는 밝은 세상, 누구나 꿈을 꾸고 일할 수 있는 세상, 거짓 없는 세상은 우리 인류의 영원한 꿈이다. 사회 지도층이 높은 도덕적 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위대한 사회윤리다. 실력과 정직 같은 도덕적인 가치는 내팽개치고 위선과 거짓말을 잘해야 출세할 수 있고 돈과 권력을 얻고 유지할 수 있다는 이 광기(狂氣)어린 사회풍조를 우리 아들딸들이 보면서 자랄텐데, 오늘 우리는 어이해야 할 것인가.
백성은 물이요 군주는 배이기에,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는 이천오백 년 전 공자(孔子)의 군주민수(君舟民水)는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가 옳다고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시간의 흐름은 늦거나 빠르지도 않고 구별도 없는데, 인간은 달력을 만들고 년말과 년초를 구별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시작의 의식을 치루고 있다. 새로운 일 년을 시작하는 새해를 맞는 감회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꿈꾸어 보고 계획을 세워 보는 시간이다. 인간은 모두가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이기에 지나간 시간과 일들을 되돌아보면 아쉬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다.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좀 더 잘 할 수 있을 걸 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나도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면 회한(悔恨)이 가슴을 친다. 게으르고 불성실했던 일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지나간다. 좀 더 너그럽지 못 하고 좀 더 남을 배려하지 못한 시간들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아직도 인간적으로 미숙하고 이기적이며 시야가 좁은 자신을 바라보며 탄식을 토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 날까지 미완(未完)의 존재로서 완전과 완성을 향하여 구도자(求道者)로 힘들게 걸어가는 과정적인 존재인지 모른다. 누구나 고단하고 팍팍한 삶, 녹록치 않은 삶을 숙명처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대선에서 미국 사회에서 주변인, 비주류인 트럼프 후보가 ‘앵그리 화이트(화난 백인)’의 지지로 예상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북핵, 사드배치 문제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경쟁과 패권을 다투고 있다. 여기에 일본 아베 수상의 군국주의적 팽창정책까지 얽혀서 한반도는 혼돈과 불확실성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해 우리사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하는 연 인원 천만 명이 참석한 10차까지 이어지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국회에서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결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개시되었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해되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 열린 국회조사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가 6차까지 열렸다.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는 조사받는 상황이 일반 국민들이 알 수 없는 조사실에서 이루어지지만,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회특조위 청문회는 사건의 성격과 증인들의 진술, 국회 특조위원들의 질의 등을 통하여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공부하지 않고 단선적이고 피상적인 질문만 하거나 청문회 증인과 짜고 치는 위증 혐의 이완영 의원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새누리당 장제원, 황영철, 하태경, 더블어민주당 박영선, 안민석 의원, 국민의 당 김경징 의원 등 청문회 스타 국회의원도 나왔다. 누리꾼과 시민들의 즉석 제보로 법률미꾸라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처음으로 최순실을 알고 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검찰과 특검,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소감은 ‘권력의 상층부와 사회 지도층을 차지한 사람들의 도덕성 마비’였다. 너무나도 뻔한 거짓말을 저렇게 뻔뻔스럽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들어하는 대다수 힘없는 서민들은 얼마나 좌절하고 상처받고 절망하였을까.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자기가 만약 청문회에 나갔더라면 너무나 후안무치한 김기춘 실장의 따귀를 때릴 것 같아서 청문회에 증인으로 못 나갔다고 말하고 있다. 청문회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사건 내용과 증인들의 거짓말에 충격과 울화병이 도져서 홧술을 많이 마신다고 한다. 다른 소비는 위축되었는데 소주와 막걸리 등 술 소비만 늘었다고 한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 해서 좋은 학교 가고 사법시험도 합격하고 장가도 잘가 출세한 지도층 인사들의 부패와 거짓은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10차에 걸쳐서 연 인원 천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평화적인 시위와 촛불집회를 진행한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없었고 동서고금을 통해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진실 되고 깨끗한 세상, 차별 없는 밝은 세상, 누구나 꿈을 꾸고 일할 수 있는 세상, 거짓 없는 세상은 우리 인류의 영원한 꿈이다. 사회 지도층이 높은 도덕적 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위대한 사회윤리다. 실력과 정직 같은 도덕적인 가치는 내팽개치고 위선과 거짓말을 잘해야 출세할 수 있고 돈과 권력을 얻고 유지할 수 있다는 이 광기(狂氣)어린 사회풍조를 우리 아들딸들이 보면서 자랄텐데, 오늘 우리는 어이해야 할 것인가.
백성은 물이요 군주는 배이기에,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는 이천오백 년 전 공자(孔子)의 군주민수(君舟民水)는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가 옳다고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