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 석룡산에서 살아 돌아오다 4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6. 12. 27(화) 16:47
이 글을 마치면서 또 다른 산악 조난자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음 세 가지를 건의한다.
첫째, 관내 산(山)의 관리 책임자인 가평군수에게 강력히 건의한다. 가평군은 해발 1,000m 이상의 석룡산, 명지산, 화악산, 국망봉이 연달아 있고, 인근 지역으로 끝없이 연결되는 비슷한 높이의 광덕산, 백운산, 응봉산 등 산이 많은 지역이다. ‘산하나 마다 산등성이나 갈림길에 최소한 약도와 길 안내 표지판을 20개 이상 더 설치해야 한다’. 혼자서 헤매면서 내려오는 길에 안내 약도나 표지판을 하나도 못 보았다. 만약 하산 길에 안내 팻말이나 약도를 하나만 보았더라면, 나는 일행들의 서울 출발 시간에 맞추어서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산을 잘 타는 구조대원들과 함께 내려오는 길도 길 없는 비탈진 험난한 산길을 3시간이나 헤매면서 내려와야 했다. 길이 없으면 산등성이에 ‘이곳은 길이 없음’, ‘길은 없어도 몇 킬로미터 내려가면 마을이 있음’이라는 팻말이나 안내 약도를 설치했어야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하여 가평군에 유독 많은 산악 조난 구조 사건이 많다면 조난자의 자만(自慢)으로만 치부할 일이 절대로 아니다. 산행 길에는 걷는 속도가 빠른 사람도 있고 늦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비탈진 산길에서 발이 삐거나 추락하거나 길을 잃는 사람도 간혹 있을 수 있으나, 혼자서 산 정상을 도전할 때는 시간과 체력, 경험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높은 산도 아닌데, 혼자서 산 정상을 도전한다고 해서 죄다 자만에 빠진 사람이라고 간주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잘못된 판단이다.
한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계속 일어난다면, 운전자의 부주의만 탓할 일이 아니고, 필요한 교통 표지판이 없거나 혼선을 주는지, 도로 경사나 커브 각도가 심한지, 신호등이 짧거나 비합리적인지 등 종합적이고 면밀한 교통공학적인 분석과 대책이 필요한 것과 같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행위도 중요하지만, 제도와 법, 환경 등 사회적 하드웨어는 훨씬 더 중요하다. 가평군에서 계속 산악 조난사고가 많이 나서 다치고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데도 나 몰라라 하고 그냥 무시하고 방치하고 방관하는 것은 가평군수의 법적인 직무유기요, 도덕적·인간적인 큰 죄악이다.
조사하지는 안했지만, 겨울철에 조난사고가 나면 죽을 가능성이 아주 많다. 지금 생각해 보니, 석룡산 정상의 정상 표지석 중간이 두 토막 난 것은 평생 처음 보는 일인데, 결코 바람이나 일반 등산 장비로는 할 수 없다. 조난당했던 사람이 큰 해머를 들고 다시 올라가서 부셔버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도 다시 석룡산을 가게 된다면 큰 해머를 챙겨 가지고 갈 생각이다.
둘째, 가평소방서장과 소방방재청장에게 건의한다. 산악지대의 특수성을 반영해서, ‘예산을 확보해서 더 성능 좋은 위치 추적 장비를 구입해서 갖추어야 한다’. 성능 좋은 위치 추적 장비가 너무 고가(高價)여서 구입이 어렵다면 성능이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는 삼성화재보험 등 민간기업과의 업무협약(MOU)을 맺어서라도 신속하고 정확한 출동과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의 생명은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또한 밤낮 없이 위험한 화재현장으로, 험준한 산 속으로 자주 출동해서 잘못된 위치 정보 때문에 많은 시간을 헤매고 다니는 일선 구조대원들의 힘든 업무와 고통, 희생을 더 이상 나 몰라라 하고 방관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위치 정보는 비단 가평군 소방서만의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이것도 가평소방서장 등의 중대한 직무유기다.
구조본부의 잘못된 조난자 위치 정보를 믿고 험난한 산 속을 몇 시간씩 헤매는 구조대원들도 죽을 맛이지만, 저(低) 체온과 상처 등으로 생명의 촛불이 꺼질 듯한 조난자의 고통과 절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다. 등산객이 발을 삐거나 추락하여 다리나 뼈를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거나 길을 잃었다면 어둡고 추운 밤이 되기 전에 구조의 골든타임을 잃지 않고 신속하게 구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기 쉽다. 아무리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황금만능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셋째, 산악 조난 신고가 접수되면, ‘긴급 통화’로 신속하게 처리되어서 119구조본부와 통화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 구조가 시급한 골든타임에 전화도, 문자 메시지도 불통되고 위치 추적도 부정확해서 어둡고 춥고 고통스러운 상태의 조난자를 오랜 시간 찾지 못하고 방치하는 일을 개선해야 한다. 가평군은 산악지대라서 통신사 기지국이 없어서 그런지, 또는 위치 상 38선 이북의 군사보호구역이어서 그런지, 조난자는 1,000m 이상의 많은 산으로 둘러 싸여서 갈 길을 잃게 되고, 통신도 두절되어서 완전히 고립무원의 함정에 빠진 절망감에 갇힌다.
석룡산을 오르는 여러 곳의 산행길 초입에 해발 몇 미터부터는 통화나 문자 메시지 발신과 수신이 불가능하다는 안내 글도 등산길 안내판에 붉은 색으로 크게 표시해 놓아야 한다. 석룡산 뿐만 아니라 명지산, 화악산, 국망봉과 인근 지역의 광덕산, 백운산, 응봉산 등도 인근 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산마다 20개 내외의 안내 팻말과 약도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불의의 조난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기관의 중대한 법률적 직무사항이다. 책임 있는 공직자가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외면하고 방치하면 직무유기가 된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첫째, 관내 산(山)의 관리 책임자인 가평군수에게 강력히 건의한다. 가평군은 해발 1,000m 이상의 석룡산, 명지산, 화악산, 국망봉이 연달아 있고, 인근 지역으로 끝없이 연결되는 비슷한 높이의 광덕산, 백운산, 응봉산 등 산이 많은 지역이다. ‘산하나 마다 산등성이나 갈림길에 최소한 약도와 길 안내 표지판을 20개 이상 더 설치해야 한다’. 혼자서 헤매면서 내려오는 길에 안내 약도나 표지판을 하나도 못 보았다. 만약 하산 길에 안내 팻말이나 약도를 하나만 보았더라면, 나는 일행들의 서울 출발 시간에 맞추어서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산을 잘 타는 구조대원들과 함께 내려오는 길도 길 없는 비탈진 험난한 산길을 3시간이나 헤매면서 내려와야 했다. 길이 없으면 산등성이에 ‘이곳은 길이 없음’, ‘길은 없어도 몇 킬로미터 내려가면 마을이 있음’이라는 팻말이나 안내 약도를 설치했어야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하여 가평군에 유독 많은 산악 조난 구조 사건이 많다면 조난자의 자만(自慢)으로만 치부할 일이 절대로 아니다. 산행 길에는 걷는 속도가 빠른 사람도 있고 늦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비탈진 산길에서 발이 삐거나 추락하거나 길을 잃는 사람도 간혹 있을 수 있으나, 혼자서 산 정상을 도전할 때는 시간과 체력, 경험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높은 산도 아닌데, 혼자서 산 정상을 도전한다고 해서 죄다 자만에 빠진 사람이라고 간주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잘못된 판단이다.
한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계속 일어난다면, 운전자의 부주의만 탓할 일이 아니고, 필요한 교통 표지판이 없거나 혼선을 주는지, 도로 경사나 커브 각도가 심한지, 신호등이 짧거나 비합리적인지 등 종합적이고 면밀한 교통공학적인 분석과 대책이 필요한 것과 같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행위도 중요하지만, 제도와 법, 환경 등 사회적 하드웨어는 훨씬 더 중요하다. 가평군에서 계속 산악 조난사고가 많이 나서 다치고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데도 나 몰라라 하고 그냥 무시하고 방치하고 방관하는 것은 가평군수의 법적인 직무유기요, 도덕적·인간적인 큰 죄악이다.
조사하지는 안했지만, 겨울철에 조난사고가 나면 죽을 가능성이 아주 많다. 지금 생각해 보니, 석룡산 정상의 정상 표지석 중간이 두 토막 난 것은 평생 처음 보는 일인데, 결코 바람이나 일반 등산 장비로는 할 수 없다. 조난당했던 사람이 큰 해머를 들고 다시 올라가서 부셔버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도 다시 석룡산을 가게 된다면 큰 해머를 챙겨 가지고 갈 생각이다.
둘째, 가평소방서장과 소방방재청장에게 건의한다. 산악지대의 특수성을 반영해서, ‘예산을 확보해서 더 성능 좋은 위치 추적 장비를 구입해서 갖추어야 한다’. 성능 좋은 위치 추적 장비가 너무 고가(高價)여서 구입이 어렵다면 성능이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는 삼성화재보험 등 민간기업과의 업무협약(MOU)을 맺어서라도 신속하고 정확한 출동과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의 생명은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또한 밤낮 없이 위험한 화재현장으로, 험준한 산 속으로 자주 출동해서 잘못된 위치 정보 때문에 많은 시간을 헤매고 다니는 일선 구조대원들의 힘든 업무와 고통, 희생을 더 이상 나 몰라라 하고 방관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위치 정보는 비단 가평군 소방서만의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이것도 가평소방서장 등의 중대한 직무유기다.
구조본부의 잘못된 조난자 위치 정보를 믿고 험난한 산 속을 몇 시간씩 헤매는 구조대원들도 죽을 맛이지만, 저(低) 체온과 상처 등으로 생명의 촛불이 꺼질 듯한 조난자의 고통과 절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다. 등산객이 발을 삐거나 추락하여 다리나 뼈를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거나 길을 잃었다면 어둡고 추운 밤이 되기 전에 구조의 골든타임을 잃지 않고 신속하게 구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기 쉽다. 아무리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황금만능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셋째, 산악 조난 신고가 접수되면, ‘긴급 통화’로 신속하게 처리되어서 119구조본부와 통화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 구조가 시급한 골든타임에 전화도, 문자 메시지도 불통되고 위치 추적도 부정확해서 어둡고 춥고 고통스러운 상태의 조난자를 오랜 시간 찾지 못하고 방치하는 일을 개선해야 한다. 가평군은 산악지대라서 통신사 기지국이 없어서 그런지, 또는 위치 상 38선 이북의 군사보호구역이어서 그런지, 조난자는 1,000m 이상의 많은 산으로 둘러 싸여서 갈 길을 잃게 되고, 통신도 두절되어서 완전히 고립무원의 함정에 빠진 절망감에 갇힌다.
석룡산을 오르는 여러 곳의 산행길 초입에 해발 몇 미터부터는 통화나 문자 메시지 발신과 수신이 불가능하다는 안내 글도 등산길 안내판에 붉은 색으로 크게 표시해 놓아야 한다. 석룡산 뿐만 아니라 명지산, 화악산, 국망봉과 인근 지역의 광덕산, 백운산, 응봉산 등도 인근 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산마다 20개 내외의 안내 팻말과 약도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불의의 조난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기관의 중대한 법률적 직무사항이다. 책임 있는 공직자가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외면하고 방치하면 직무유기가 된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