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박근혜 대통령이다. 일각에서는 빠른 시일 안에 사임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럴 정도의 인물이었다면 오늘날까지 버티지도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느긋해 보인다.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는 것을 보면. 도대체 왜 국가와 국민을 끌고 들어가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갈 각오가 돼 있다는 말을 감히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국민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정책에 대한 대국민 신뢰가 무너져서 대통령의 국정동력이 상실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다. 이런 혼란 상태를 끌면 끌수록 국가와 국민은 피폐해지는데 말이다. 성경에 이런 말이 나온다(시편 59장 8절). “그들은 입으로 거품을 내뿜고 입술에는 칼을 물고서 말합니다.”라는 구절 말이다. 마치 이런 꼴이다. 대통령은 말이다. 하지만 입술에 문 칼은 오히려 자신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큰일이다. 수많은 시간들을 공황상태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그래도 멋졌다. 하야 연설에서 “미국은 모든 시간을 직무에 쏟을 수 있는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 개인적인 변론을 위해 몇 달씩 싸움을 계속하게 되면 모두의 시간과 관심이 거의 모두 빼앗길 것이다. 그래서 사임한다.”면서 “저는 내일 정오를 기해서 대통령직으로부터 사임합니다. 포드 부통령이 그 시간부로 대통령에 취임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깨끗이 마무리 지은 것이다. 이런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다. 닉슨이 사임한 건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이 아니라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거짓말 때문이었다. 물론 사임하면서도 자신이 저지른 일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로 국력과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안 된다는 대국적인 생각에서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어떤가. 최순실을 비롯한 그 일파의 만행이 있었지 않은가. 명색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부화뇌동해서 국정을 농단한 것 아닌가. 거기에다 온갖 비상식적인 짓거리들은 또 뭔가. 비아그라, 태반·감초·백옥 주사 등 참으로 희한한 약품들까지 등장하는 꼴을 보면 뒷골목에서 자라나는 독버섯의 음습한 기운들이 온 국민들에게 뻗어나가는 것 같아 매우 기분 나쁘다. 상황이 이런데도 뻔뻔스럽다. 데리고 있었던 부하들은 또 어떤가. 후안무치의 극치다. 모두 다 놔두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만이라도 한번 봐보자. 대한민국을 주물럭거렸다는 자가 하는 짓이 참으로 한심스럽다. 이리저리 미꾸라지처럼 피해 다니면서 출석요구서 자체도 받지 않고 있다. 참으로 치졸한 짓 아닌가. 저런 인간을 곁에 두고서 상호간에 부정적인 쪽으로 의기투합한 것은 아닌지. 대기업 경영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특히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다. 국조특위에서의 답변으로. 거의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순실씨 쪽에 삼백억 원을 후원했냐는 국회의원 질타에 기억을 못한다는 말을 한 것은 더더욱 압권이었다. 삼백억 원이 껌 값인가.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자괴감도 느꼈을 것이다. 재벌들에게 삼백억 원 정도는 기억도 잘 안 되는 돈이라는 사실이. 평생을 모아도 단돈 몇 푼 손에 쥐기 어려운 게 서민들인데. 아니 빚만 없어도 다행인데. 참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수많은 상처들을 주는 것 같다. 제발 당장 하야해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라. 기대 난망일까.

/